"영웅이 범인 총 빼앗아 추가참사 막았다"
지난 21일 밤 알함브라 댄스 홀에서 영웅 브랜든 차이가 트란으로부터 총기를 빼앗는 모습. 오른쪽은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브랜든 차이. /ABC7 뉴스 화면 캡처.
두 번째 댄스홀서 20대 오너-트란 몸싸움
"원시적 본능으로 싸워, 죽는 줄 알았다"
사망자 11명으로 늘어, 히스패닉도 포함
3명 아직도 중태, 희생자 더 늘 수도
몬터레이파크 총기 난사사건<본보 23일자 A1면, A3면> 용의자인 후 칸 트란(72)이 옆동네 알함브라에서 또다른 범행을 시도했으나 당시 현장에 있던 남성이 총기를 빼앗으며 제지해 추가참사를 막은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CNN 등에 따르면 트란이 지난 21일 오후 10시 20분께 몬터레이파크에서 1차 범행을 벌이고 나서 약 20분 후 인근 알함브라의 댄스 홀 '라이라이 볼룸·스튜디오'에서 2차 범행을 시도했으나 현장에 있던 남성 2명에게 총기를 빼앗겨 미수에 그쳤다.
로버트 루나 LA카운티 셰리프국장은 브리핑에서 이런 사실을 "나는 그들이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나 국장은 용의자 트란이 2차 범행에 쓰려다가 뺏긴 총이 대용량 탄창이 달린 반자동 공격용 권총이었다며 "그들은 많은 생명을 구했다. 총을 빼앗지 못했더라면 여러명이 살해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란의 두 번째 범행을 막은 영웅은 라이라이 볼룸·스튜디오 창업자 가문의 손자 브랜던 차이(26)로 확인됐다. 루나 국장은 2명의 주민이 참사를 막았다고 발표했으나, 차이와 그 가족은 CCTV를 다시 확인해본 결과 총격범 트란과 싸워 총기를 빼앗은 사람은 차이 뿐이었다고 밝혔다.
차이는 앞문이 닫히고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본 순간 자신을 향해 반총을 겨눈 트란과 맞닥뜨렸다. 차이는 "그는 나를 쳐다봤고 주변을 둘러봤다.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눈은 위협적이었다"라며 "심장이 내려앉았고 '죽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곧바로 트란에게 달려들어 권총을 움켜잡은 차이는 1분 30초 동안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끝에 권총을 빼앗아 겨누며 "여기서 꺼져"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겁먹지 않고 달려든 것은 "원시적 본능"이었다고 했다.
한편 23일 LA카운티-USC병원에서 위중한 상태에 있던 총격 피해자 중 1명이 숨져 이날 오후 현재까지 사망자는 총 11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중에는 68세 히스패닉 남성이 포함됐다. 그러나 병원은 부상 정도가 심한 피해자가 3명 더 있다고 밝혀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23일 LA카운티 검시국에 따르면 미미 느한(Mymy Nhan·65), 릴란 리(Lilan Li·63), 시우주안 유(Xiujuan Yu·57), 발렌티노 알베로(Valentino Alvero·68), 밍 웨이 마(Ming Wei Ma) 등이 트란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에는 중국 국적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 수사 관계자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트란이 일부 피해자를 겨냥해 총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난사범이 사망자 일부를 구체적으로 목표로 삼았고, 이어 다른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무작위로 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겨냥한 피해자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미정 기자 mwoo@chosundaily.com, 기사 A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