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탕 대상 됐는데… 푸틴에 들소 조각상 선물한 바이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들소 조각상을 선물했다. 지난달 25일 사우스다코다주 커스터 주립공원 인근 도로에서 들소가 '무단 횡단'을 하고 있다. /AP
들소, 몇년 새 미국의 상징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선물을 주고받았다고 백악관과 크렘린궁이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들소 모양의 크리스털 조각상과 항공기 조종사용 안경을 선물했다. 백악관 공보실은 들소를 선물한 이유에 대해 “들소는 미국의 가장 위풍당당한 동물 가운데 하나이며 힘과 단합, 인내심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들소는 최근 미국에서 위상이 급격히 떨어진 동물이다. 국가의 상징으로 보호 받다가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해 ‘소탕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지난달 13일 사상 최초로 그랜드캐년에서 들소를 잡을 사냥꾼 12명을 모집했는데 5만명에 가까운 사냥꾼들이 지원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사냥꾼 모집 이유에 대해 들소 무리가 식물과 고고학적 유적지를 짓밟으며 물을 오염시키고 있어 숫자를 줄일 필요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동북쪽에는 300~500마리 정도의 들소가 살고 있다.
들소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동물이었다. 과거 원주민들의 고기와 옷의 중요 공급원이었고, 이들의 기백과 인내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19세기에는 남획으로 미 전역에 수 백 마리 밖에 남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보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8년 4월에는 하원이 들소를 미국민의 단합과 회복, 건강한 자연과 지역사회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내용의 ‘국가 들소 유산 법(National Bison Legacy Act)’을 통과시켰다. 미국 정부의 공식 국가상징동물인 흰머리수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주요 국립공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동물이 됐다.
들소의 위상 변화만큼이나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평가도 최근 급속도로 악화됐다. 푸틴 정권이 권위주의적 내부 통치와 대외 팽창 노선을 고수하면서 양국의 대립과 갈등이 고조된 것이다. 미국은 최근 정부기관 해킹과 송유관 회사 컬러니얼파이프라인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공개 지목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푸틴 대통령과의 밀월 관계가 미국 정권 교체에 따라 갈등 관계로 전환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벌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