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빅토리호에 '한국전쟁관' 만든다
'독도화가' 권용섭 화백이 지난 17일 샌피드로항에 정박 중인 레인빅토리호를 방문해 그림을 기증한 후 기념촬영을 했다. 권용섭·여영난 화백부부(왼쪽에서 네 번째, 여섯 번째)와 기증업무를 도운 이가현(오른쪽)전 우정의종보존위원회 사무총장과 레인빅토리호 실무자들. /권용섭 화백 제공
6·25 전쟁 때 피란민 구한 역사적 상선
현재 샌피드로항 '역사해상박물관' 활용
'독도화가' 권용섭 화백 그림 기증하며
배에 '한국전쟁관' 설치 약속받아
LA 샌피드로항에 가면 그 배를 볼 수 있다.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12월 흥남철수 때 피란민 7600명을 구출한 미국 상선 SS 레인빅토리호. 지금은 역사해상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그곳에 한인들의 노력으로 올해 말 '한국전쟁관'이 들어선다.
내년이면 건조된 지 80년이 되는 레인빅토리호는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메러디스빅토리호와 함께 흥남철수 때 세계 전쟁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작전'을 성공시켰다. 특히, 한인들에게는 전쟁의 가슴 아픈 기억과 인도주의적 희망을 함께 담은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2년 전 한국정부가 나서서 레인빅토리호 인수절차를 밟기도 했으나 비용과 절차, 안전성 등의 문제로 철회됐다. 그 이후론 민간이 나섰지만 금융사기가 불거지면서 안타깝게도 레인빅토리호는 다시 잊혀진 이름이 됐다. 그런데, 한국전 발발 74주년을 앞두고 '독도화가' 권용섭·여영난 화백부부가 지난 17일 레인빅토리호를 방문해 관련된 수묵화 10점(10만달러 상당)을 기증하면서 한국전쟁 전시관 설치 이야기가 나왔고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그림활동을 하고 있는 권 화백은 2015년 레인빅토리호에서 7미터짜리 대형 걸개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펼친 적이 있다. 권 화백은 이후로도 레인빅토리호를 방문할 때마다 틈틈이 독도를 배경으로 레인빅토리호 관련 그림을 그려왔다.
그림을 기증받은 레인빅토리호의 릴리아나 에레라 부회장은 "너무도 큰 선물을 받았다. 권 화백의 작품들을 구심점으로 앞으로 한국전쟁관 설치를 통해 빅토리호가 한미동맹과 평화의 상징으로 후세에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권 화백은 "그림이 있어야 할 곳을 찾은 것 같아 기쁘다"며 "장엄한 역사를 품고 샌피드로항에 조용히 정박해 있는 레인빅토리호를 통해 한국전쟁의 아픔과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후세들에게도 알리고자 한다"며 "마침, 박물관 측에서 전쟁관을 만들어 그런 뜻을 함께 한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