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피해 “한국 등 외국 제조사 책임져라”
데이튼 총격사건 피해자들에 피소된 경창산업의 대용량 탄창(사진 속 둥근 통). 데이튼 경찰
미국내 법인 상대로 손배 소송 잇따라
한국 경창산업, 유럽 글로크 등 피소
"대용량 탄창 판매 등 공공안전 위협"
미국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의 피해자나 유족들이 범행에 사용된 총기 제조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예가 늘고 있다. 외국 제조사의 미국내 법인을 상대로 한 소송도 있는데, 이 중 한국업체도 포함됐다.
지난 4월 뉴욕 지하철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중상을 입은 여성이 총기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신문은 브루클린에 사는 일레네 스튜어가 총기 제조사인 오스트리아의 글로크와 이 회사의 뉴욕법인을 상대로 며칠 전 뉴욕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스튜어는 이 회사가 너무 많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고 상인들이 불법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제대로 교육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회사가 대용량 탄창 판매 전략을 구사했고 총기를 숨기기 쉽게 만들어 공공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소송이 지난해 8월 한국업체를 상대로 제기된 바 있다. 2019년 8월 오하이오주 데이튼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의 유족과 생존자들이 네바다주 클라크카운티 지방법원에 탄창제조업체인 경창산업과 이 회사의 미국 법인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경창산업은 1984년 설립돼 탄창류나 방탄복 등 군·경찰용품을 생산하고 미주 지역에 수출하는 업체다. 클라크 카운티는 경창산업 미국지사가 위치한 주소지다.
고소인들은 경창산업이 생산하는 100발짜리 대용량 탄창의 판매를 중단시키는 명령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원고측은 소장에서 “경창산업은 대용량 탄창이 총기난사 사건에서 시민들을 테러하고 학살하는 데 여러 차례 사용된 점을 알고 있었다”며 “합리적 안전조치나 심사, 제한 없이 학살의 도구를 팔았고 심지어 규정이 없고 익명이 보장돼 범죄자들이 많은 인터넷상점으로 고객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총기 제조사들은 2005년부터 시행된 연방 법률 때문에 자사 제품의 불법 사용에 따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뉴욕주 등은 총기 판촉과 판매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해 피해자들이 총기 제조사를 상대로 뉴욕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에 대해 총기 제조사 측이 지난달 위헌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뉴욕 사건의 피해자측 변호사 중 한 명인 샌포드 로벤스타인은 이번 소송이 뉴욕주 법에 따라 총기 제조사를 상대로 벌이는 첫 소송이라며 "총기를 잘못 사용하게 만든 제조사들의 판매 전략에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는 총격 사건 당시 총알이 엉덩이를 관통해 척추 일부가 부서져 인공항문 수술을 받아 배변 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한다고 그의 변호사는 밝혔다. 뉴욕 지하철 총격 사건 이후에도 뉴욕주 버펄로 흑인 거주지 슈퍼마켓과 텍사스주 우발데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소송에 대해 총기제조사 글로크 측은 아직 대응하지 않고 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