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렇지요] 나라 곳간이 비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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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렇지요] 나라 곳간이 비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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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 전 뉴욕에 살고 있을 때 기숙사 옆방의 김군(나중에 서울대 교수가 되었다)과 함께 애틀랜틱시티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 쇠락한 도시에 카지노가 건설되기 시작하여 마침내 10번째로 타지마할이 문을 열었을 때다. 돈 몇 백달러를 넣고 간 우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빈털터리가 되었고 오갈 데 없는 두 낭인은 새벽 6시 문을 닫는 카지노에서 쫓겨 나왔다. 호텔비도 없고 밥은 굶은 채 뉴욕으로 가는 아침 7시 첫 버스를 기다리며 승강장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다.  


이 때 나는 자본주의의 냉혹함을 경험하였고 카지노는 도박(gamble)이 아니라 일종의 놀이(game)임을 터득하였다. 골프를 치든가 볼링을 할 때 얼마간 비용이 들 듯이 카지노에서 게임을 할 때도 적당한 수준의 놀이 비용을 내야 한다. 이 카지노를 무슨 금광(金鑛)이나 보난자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길 수 없는 법이다. 길 가다 벼락 맞듯이 잭팟이 터지는 예가 없지는 않겠지만 카지노에 집착하면 알거지가 되기 쉽다. 이유는 간단하다. 카지노의 모든 게임은 카지노가 돈을 벌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커 게임의 요체는 바람잡기(bluffing)와 돈지르기(betting)다. 


지금 한국의 대선판이 카지노를 닮아가고 있다. 이 아무개 후보는 무상급식, 무상교육을 넘어 기본소득, 기본주택을 내세운다. 요지는 전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을, 청년에게는 100만원을 더해서 200만원씩 주겠다고 공약하였다. 총 인구수를 5180만명으로 추산하면 기본소득으로 약 52조, 청년들에게 추가로 7조원이 필요하다. 한 후보가 베팅을 하면 다른 후보가 레이즈(raise)를 하고 유권자의 표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예컨대 이낙연 후보는 군에서 전역하는 장병들에게 1인당 3천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내걸자, 정세균 후보는(도중하차 했지만) 유아, 청소년을 위해 매년 500만원씩 적립을 해서 만 20세 되는 해에 1억원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야당도 예외는 아니다. 윤석열 후보는 청년 원가주택 30만채를 공급하겠다고 나섰으며 원희룡 후보는 18세 이상 청년에게 1인당 2000만원을 내걸었다. 유승민 후보도 공정소득을 주창하며 특정 소득 이하 계층에게 현금을 차등 지급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 한국의 대선판은 카지노 포커판과 아주 흡사하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정부가 재난지원금이란 이름으로 마구 돈을 뿌려서 국고(國庫)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대 대통령 선거가 “퍼주기” 경쟁이 돼가고 있다. 누가 누구의 돈을 주겠다는 것인가? 국민이 낸 혈세(血稅)를 함부로 뿌리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공돈은 사탕처럼 달콤하지만 그 대가는 쓰디 쓴 법이다. 이달 들어 재난 지원금 명목으로 소득 90%이하 모든 국민들에게 1인당 25만원씩 또다시 돈을 살포했다. 85% 이하로 잡았다가 “왜 나는 안주냐?”는 항의가 쏟아지자 갑자기 90% 이하로 상향조정하였다. 놀라운 건 “연금생활자”인 우리 내외만 빼고 모든 가족들이 전원 받았다는 사실이다. 내가 못받아 억울한 게 아니고 억대 연봉을 받는 아들과 사위에게 왜 이런 돈을 주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고민정의원이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곳간에 곡식을 쌓아 두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홍 부총리는 나라 곳간이 쌓여가는 게 아니라 비어 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 발언에 여당의원이 윽박지르자 그는 재정이 탄탄하다고 하루만에 말을 뒤집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홍백기(洪白旗)’인 모양이다. 지금 나라 빚이 1000조를 넘었다고 한다. 포커판에 무모한 베팅은 결국 패가망신, 아니 국가망신을 가져 오게 되고 언젠가 국민들은 길바닥에 나앉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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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칼럼니스트: 중앙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UC버클리 교환교수,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차관급인 제3기 방송위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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