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도를 지나친 학생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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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도를 지나친 학생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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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송

뉴커버넌드 아카데미 교장 


1988년 봄, 대학에서 연구비를 받아 한국에 6개월간 살며 그 당시 ‘뜨거운 감자’로 부각한 학생운동에 대해 연구할 수 있었다. 마침 워싱턴DC에서 알게 된 한국인 교수님이 카이스트에 계셨기에 그 분의 도움을 받았고, 또 서울대, 고대, 연대, 숙대, 홍대 등 학생시위가 활발했던 대학에서 설문을 통해 데모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반응, 참여 여부 등을 데이터로 모았다. 특히, 연대에서는 운동권 학생들과 밤새 술잔을 주고 받으며 정치, 이데올로기, 그리고 학생운동과 데모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나눴다. 



동포인 내가 한국정치와 학생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운동권 학생들은 한국의 역사와 학생운동의 배경에 대해 잘 설명해 주었다. 설문 참여자들 중 몇 몇은 동포인 나에게 한국 역사를 알려주겠다며 장편의 글을 써 주기도 했다. 그런 내용을 요약하자면 기성세대 견제역할을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성균관생들이 해왔고, 3·1 운동도 중·고등학생의 역할이 컸고, 1960~70년대 반독재운동도 대학생이 중심이었다는 점이다. 즉, 학생들이 국민과 나라의 ‘양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88년의 경우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생운동이나 데모를 그저 대학의 문화로 여긴다고 했다. 즉, 데모란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해 보는 것이고, 어떤 학생들은 휴강이 좋아 데모에 참여한다고도 했다. 더 나아가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는 대학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짜증스럽다며 불평을 표현한 학생도 적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6개월간 수십 번 학생 데모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고,  최루탄 가스도 많이 마셨다. 한 번은 남대문시장 입구에서 벌어진 데모를 촬영하다 카메라에 필름이 떨어져 잽싸게 약국에 들어가 사서 로딩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아뿔싸 데모 무리 맨 앞에 내가 서 있었다. ‘큰일났다’ 생각하고 반대편을 보았더니 방패를 앞세운 전경들이 저만치에 서 있었고, 그 뒤에서 ‘펑펑펑’ 최루탄 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몇 개의 최루탄이 바로 내 머리 위에 터졌다. 눈물, 콧물, 구토는 물론 피부발진까지 일어났고, 문이 열린 빌딩으로 무조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뛰어 들어갔다. 최루탄 가스가 얼마나 독한지 그때 알게 되었다. 지켜보던 상인들도 전경에게는 최루탄을 쏘지말라고, 학생들에게는 화염병이나 돌을 던지지 말라고 호소했다. 아무튼 그렇게 직접 체험한 데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미국 학생운동도 비교적 짧지만 흐름과 맥락이 있다. 1960년대에는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가 버클리나 캘스테이트 같은 대학에서 일어났고, 80년대에는 남아공화국의 인종차별을 미국과 다국적기업들이 묵인한다고 학생들이 캠퍼스에 텐트를 쳐 ‘판자촌’(shanty town)을 만들어 그 곳에서 몇 달간 먹고 살며 항의를 했다. LA에 잘 알려진 UCLA에도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시위가 종종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알고있다. 



이런 맥락 하에 보면 미국 대학캠퍼스에 학생데모가 일어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요근래의 데모는 종전과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중동사태에 관련된 데모는 거의 다 테러를 전략으로 사용하는 하마스나 팔레스타인의 편을 든다는 점이다. 물론 어느 국가나 그룹을 지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유대인 말살(대량 인종학살)과 한 국가를 지도에서 지워 버리자는 데모가 미국 내 엘리트대학에서 벌어진다는 것은 분명 선을 넘은 것이다.



또, 미국의 정치, 경제 시스템을 아예 무너뜨리고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로 시스템을 교체하자는 주장은 특정 인물이나 정책 반대가 아닌, 미국 자체를 타도하자는 뜻 아닌가? 즉, 개혁이 아니라 혁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역자이자 역적 아닌가?



사회생활을 해 보지 않은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정부, 정치인, 또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는 것,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미국의 멸망을 요구하는 것은 미련하고 철딱서니 없는 짓이다. 그래서, 그냥 눈감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부모와 교사, 교수들이 그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특히 대학의 좌파 및 진보 교수들은 혁명의 부채질을 중단해야 한다.  이런 학생들은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지지하는 나라로 보내 그런 국가와 시스템 하에서 데모를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LGBTQ를 지지하고, 종교의 자유를 달라고 팔레스타인이나 중동 이슬람 국가, 또 공산국에서 데모하면 미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 절실히 깨달을 것이다. 그런 배움과 가르침과 체험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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