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예약 왜 힘든가 했더니… 매크로 싹쓸이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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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예약 왜 힘든가 했더니… 매크로 싹쓸이 탓?

웹마스터

예약사이트 오픈 1~2분만에 매진

한국서 난리… 남가주에도 의심

1인당 10불씩 웃돈 줘야 ‘한자리

업계 “원천 차단 사실상 불가능”



주말골퍼 A씨는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토요일에 예약해 놓은 게 있는데 사정이 생겨 못 가게 됐으니, 생각있으면 대신 나가라’는 연락이었다. 마침 라운딩 생각이 간절하던 A씨는 당연히 ‘오케이’를 외쳤다. 장소도 팔로스버디스의 괜찮은 코스였다. 4명을 모아 골프장을 갔더니, 담당 직원이 예약자 이름을 확인한다. “그 사람은 못 왔고, 대신 우리가 인계받았다”고 하니 마지 못해 알았다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요즘 매크로 때문에 참…. 앞으론 예약자가 안 나타나면, 라운딩 못하는 원칙이라도 만들어야지 원….”


골프 인기가 높아지며 골프장마다 예약이 몰리자 '매크로'라고 불리는 자동접속프로그램을 이용해 무더기로 예약해 되파는 일이 횡행한다. 또 다른 한인 B씨는 “웬만한 골프장 웹사이트는 예약이 시작된지 채 1~2분도 안돼 티타임이 모두 매진된다. 아무리 접속이 폭주한다 해도 이럴 수는 없다. '매크로' 사용자들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매크로는 마우스나 키보드로 여러 번 순서대로 해야 할 동작을 한 번의 클릭으로 자동 실행시키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골프예약뿐 아니라 콘서트 등 예매 경쟁이 있는 모든 분야에서 이를 이용한 편법이 선착순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들은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싹쓸이한 후 웃돈을 붙여 팔거나 매크로 프로그램 자체를 판매한다.


이 같은 현상이 미국, 특히 남가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이다. 요즘 들어 일반인이 골프장 홈페이지에서 정상적으로 티타임을 예약하는 것은 쉽지 않다. 주말이나 연휴처럼 예약이 몰리는 날짜는 순식간에 마감된다. B씨는 “원하는 시간에 라운딩을 하려면 결국 웃돈을 얹어주고 예약을 살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예전에는 1인당 5달러 정도였는데, 요즘은 10달러씩 한다. 4명이 함께 나가면 그것만 40달러나 된다”고 볼멘소리다. 


이런 시장의 왜곡현상으로 일반 이용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한국에서는 예약하는 과정에 보안문자를 입력하는 절차를 추가하거나 선착순 예약을 무작위 추첨으로 바꾸는 방식 등을 통해 차단하는 방법을 연구했지만, 대부분의 매크로는 이런 방법도 무력화하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매크로를 원천차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코로나 종식으로 골프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당장은 매크로 문제가 해결될 길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보안업체들도 매크로와 관련해서는 근절 대책이라고 할 만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보안전문가는 “불법 매크로에 대한 대응이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지만 현실은 방패가 창을 막을 수 없는 불공평한 싸움”이라고 했다. 업체 측에서 특정 매크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도 금방 우회할 수 있는 매크로가 새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확보한 부킹을 웃돈을 주고라도 사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런 골퍼들이 있는 한 매크로꾼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종인·이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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