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유진 오닐(Eugene O'Neill)의 희곡 중 ‘나사로가 웃었다(Lazarus laughed)’란 작품이 있다. 성경에 죽었다가 살아난 나사로 이야기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죽음, 천국 그리고 부활을 경험한 나사로가 어떤 사람으로 변화되었는가를 그린다. 작가는 나사로 부활 이후 삶을 추적하면서 부활과 천국을 소망하는 성도들이 살아야 할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에서 다시 살아난 나사로는 모든 일을 웃음으로 대한다. 천국과 부활을 경험하고 보니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시시해 보여서 허허 웃어 넘긴다. 나사로는 사람들의 비난에도 껄껄 웃고, 재산의 손해를 봐도 허허 웃고 만다. 나사로는 아프고 힘든 날을 보내도 허허 웃었다. 나사로는 웃고, 또 웃었다. 부활과 천국을 아는 그는 웃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부활한 이후 웃으며 살고 있는 나사로에게 별명을 붙이라면 ‘Mr. 허허!’ 혹은 ‘Mr. 괜찮습니다’라고 붙일 것이다. 죽음을 경험하고 천국을 경험하고 부활한 나사로는 모든 것에 웃을 수 있었고, 모든 일에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에게 괜찮지 않은 것은 없었다. 그는 모든 일과 모든 상황에 늘 괜찮다고 너그럽게 응대하는 ‘Mr. 괜찮습니다!’였다. 

지난 주간에 두 번씩이나 약속이 어긋났다. 두 번의 약속 모두 약간의 부주의함이 있었다. 다시 약속을 정하고 약속 장소에 나가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런데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하여 몇 번씩 양해를 구하는 상대방에게 “괜찮습니다!”로 응대했다. 진심으로 괜찮았다. 지난 주간에 어설프지만 ‘Mr. 괜찮습니다’를 흉내냈다.  

얼마 전 후배 목사님이 “선배님은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가요?”라고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적잖게 당황했다. 그런데 입에서 튀어 나온 말이 ‘나이가 들어 갈수록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였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는 그에게 세월 따라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고, 범사에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불편한 상황에 미소 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 늘 마음에 품고 있는 소원이다. 

필자를 잘 아는 사람은 이 글을 읽으면서 실소할 것 같다. 부끄럽게도 필자는 너그러움과 거리가 멀다. 맘도 좁고, 삐지기도 잘하는 못나고 찌질한 캐릭터다. 아마 목사가 되지 않고 평신도로 살았으면 범사에 삐치고 범사에 시험 드는 못난 집사(장로는 꿈꾸지도 못한다)로 살았을 것 같다. 하나님 은혜로 목사가 되었지만 못난 천성을 고치기는 쉽지 않다. 이 점이 늘 아쉽다. 요컨대 ‘Mr. 괜찮습니다’가 되고 싶다는 말이다.  

관계가 오래 유지되고 존경과 감사로 기억되는 사람들은 ‘Mrs. 괜찮습니다’이거나 ‘Mr. 괜찮습니다’이다. 그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사건들을 수용하며 ‘괜찮습니다!’로 정리했다. 그리고 ‘괜찮습니다’를 외쳤던 ‘Mr. 나사로’, Mrs. 나사로’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행복할 뿐 아니라 주변을 행복하게 한다. “괜찮습니다!”는 행복을 부른다.

유진 오닐은 부활한 나사로가 너털웃음으로 세상을 조롱하고, 모든 상황에 ‘괜찮습니다!’로 호기를 부린 것을 그린다. 천국과 부활을 경험했던 나사로처럼 세상을 관조하며 살고 싶다. 너털웃음으로 시시한 세상을 조롱하고 별것 아닌 세상사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괜찮습니다!”라며 호기를 부리고 싶다. 또 그런 여유로운 나사로를 만나 일하고 싶다. 삶의 뜨락에 ‘Mr. 괜찮습니다’와 나사로의 너털웃음소리 가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