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모 성추행은 사실… 한인 검사가 밝혀냈다
준 김 전 지검장이 3일 기자회견서 쿠오모 주지사의 혐의에 대한 4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AP
준 김 전 지검장 특검 맡아 수사 지휘
4개월 조사 끝에 165쪽 보고서 공개
보좌관에 강제 키스·스트립 포커 제안
리콜 앞둔 뉴섬도 48%-46% 여론 팽팽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한 특검이 4개월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보고서를 공개해 파장이 예상된다.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로 이어질 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 같은 사실은 뉴욕 남부지검장을 지낸 한인 준 김(49·Joon H. Kim·한국 이름 김준현) 검사가 특검 지휘를 맡아 밝혀냈다. 준 김 특검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쿠오모 지사가 전현직 보좌관을 성추행하고,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린 직원에 대해 보복 조치를 해 연방법과 뉴욕주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피해를 폭로한 여직원만 7명이며, 이 중 1명 이상에게 보복하려 했다는 게 발표 내용이다.
공개된 165쪽짜리 보고서에 따르면 전직 보좌관인 린지 보일런(36)은 쿠오모 주지사가 업무 중 강제로 키스하거나 ‘스트립 포커(옷 벗기 내기 게임)’를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25세 전직 여성 보좌관 샬럿 베넷은 쿠오모가 “성생활에 관해 묻거나, 한 사람과만 성관계를 맺는지, 나이든 남자와 해본 적 있는지 등을 물었다”고 했다.
한 여성 보좌관은 쿠오모 주지사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문제가 생겼다는 구실로 자신을 관저로 호출한 뒤 신체적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성 보좌관은 쿠오모 주지사가 자신에게 추파를 던졌고, 자신과 다른 보좌진에게 외설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준 김 특검은 "일부 피해자는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했고, 어떤 피해자들은 반복해서 성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들어야 했다"며 "피해자 모두 굴욕감과 불편함을 느꼈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수사에 참여한 앤 클락 변호사는 쿠오모 주지사의 행동에 대해 "연장자의 친밀한 행동이 아니라 불법 행위"라고 규정했다.
한인 2세로 미국에서 태어난 준 김 특별검사는 스탠퍼드와 하버드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부터 뉴욕 남부지검에서 연방검사로 활동했다. 2014년 7월 형사부장을 거쳐 이듬해 부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2017년 3월 프리트 바라라 전 지검장이 해임된 후 2018년 1월까지 뉴욕남부지검을 맡았다.
김 특검이 쿠오모 관련 수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쿠오모 주지사의 오랜 친구이자 핵심 참모 중 한 명인 조지프 페르코코를 2018년 뇌물수수 혐의로 감옥에 보낸 적 있다.
쿠오모는 지난 2010년 뉴욕 주지사에 출마해 당선된 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대표적 ‘금수저 정치인’으로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로 꼽혔다.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는 1983년부터 10여년 동안 3선의 뉴욕주지사를 지냈고 동생은 CNN 유명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수사 결과 발표에 따라 쿠오모를 탄핵하려는 움직임이 더 커질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한편 사유는 다르지만 리콜 투표를 앞둔 개빈 뉴섬 가주지사도 신임 여부가 확실치 않아 정치적 영향력이 큰 2개 주의 지사가 동시에 위기를 맞는 상황이다. KTLA 보도에 따르면 오는 9월 14일 투표를 앞두고 뉴섬 지사를 여전히 신임한다는 의견이 48%, 교체시켜야 한다는 쪽이 46%로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