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경제포커스] 한국과 일본, 갈등의 숨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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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경제포커스] 한국과 일본, 갈등의 숨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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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이 한창이다. 흔히 말하듯 불행한 시기에 열리는 축복받지 못한 올림픽이다. 일본에서도 개최 반대 여론이 많았지만, 한국에서는 아예 참가 거부 얘기가 나올 만큼 비판적이었다. 코로나 말고도 껄끄러운 일들이 많았다. 조직위원회가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사건은 물론이고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둘러싼 신경전도 있었다. 마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3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는 만 2년을 맞았다. 지금 한국과 일본의 외교 관계는 최악에 가깝다. 물론 그 저변에는 과거사 문제가 있고 법원의 판결과 청구권 협정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수습 방안을 찾아내는 데 실패한 외교가 있다. 그러나 다른 이유도 있다.  


생각해보면 대통령의 방일과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보여준 것은 단호하거나 일관되기보다는 이리 재고 저리 재는 우물쭈물하는 모습이었다. 따지고 보면 과거사 문제에 대한 법원 판결을 이유로 수출규제에 나선 것도 정치적 문제에 경제적인 대응 방법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정상은 아니다. 일본이 보여주는 모습은 방향을 쉽게 찾지 못하는 혼란스럽고 신경질적인 반응에 가깝다. 그 배경에는 과거와 다른 몸집이 된 한국을 보는 불편함이 있다. 


해방 후 오랫동안 한국은 모든 면에서 일본과 격차가 너무 컸다. 도쿄에서 처음 올림픽이 열린 것은 1964년,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는 다음 해인 1965년이다. 당시 한국의 경제 규모는 일본의 1/30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경제 규모는 일본이 한국의 3배 수준으로 격차가 줄었다. 세계은행의 2018년 기준 GDP 순위에서 일본은 4조9700억달러로 3위, 한국은 1조6200억달러로 12위였다. 한국의 1인당 GDP는 일본의 80% 수준이다. 구매력 평가 환율로 계산한 1인당 실질국민소득은 오히려 한국이 위다. 이미 2018년에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해 지금은 한국이 4만7000달러, 일본이 4만4000달러다. 


물론 일본은 여전히 세계 1위의 채권국이다. 대외채권에서 채무를 뺀 대외순자산이 약 3조2000억달러다. 우리는 5000억 달러가 넘지 않는다. 외화 보유액도 일본은 1조2000억달러가 넘고, 한국은 3분의 1인 4000억달러 정도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일본이 171개. 한국은 77개다. 포브스가 발표하는 글로벌 100대 기업에 일본은 8개가 있지만, 한국은 겨우 1개다. 일본은 로봇, 양자물리학, 인공지능 등 차세대 첨단기술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에는 한 사람도 없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23명이다. 엔화는 국제사회에서 금이나 달러처럼 안전자산으로 취급된다.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 규모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경우,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서 갚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와 전통, 사회적 분위기다. 일본은 만성 저성장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초고령화가 거대한 국가 부채라는 악순환으로 연계되고 있다. 1980년 이후 일본이 한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은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한 해뿐이다.


코로나 방역에서도 드러났지만, 행정 시스템은 낡고 느리다.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혁신 경쟁의 예로 흔히 유니콘 기업으로 불리는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은 일본이 6개, 한국은 10개다. 벤처기업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1%로 한국의 절반이다. 막대한 부담만 남기고 끝날 것 같은 올림픽까지 있다. 블룸버그는 도쿄올림픽이 일본의 쇠락을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올해 1분기 일본의 성장률은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왜 일본은 한국보다 가난해졌는가. 얼마 전 일본 언론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었다. 오랫동안 일본은 한국에게 따라잡아야 할 모델이었다. 이제는 아니다. 지금 일본은 한국에 있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참고해야 할 반면교사일 뿐이다. 지난달 일본에서 나온 BTS의 앨범은 오리콘 주간 순위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서 올해 100만 장 이상 팔린 유일한 앨범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 맥도널드는 BTS 세트를 팔지 않는다. 일본은 예전과 달라진 한국이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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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칼럼니스트: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MBC TV 앵커와 경제전문기자, 논설위원, 워싱턴 지국장을 역임했다. 인하대 사회과학대,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했다. 현재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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