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Missy USA ‘속풀이’에 사기 행각의 주인공이라며 올라온 사진. 제보자 A씨에게 확인 결과 동일인으로 밝혀졌다./Missy USA 캡처

PGA 선수 출신이라고 소개…“좋은 가격에 주선해주겠다” 접근

1인당 1700~1800달러씩 현금만…알려진 피해만 6만달러 이상

작년 1월 북가주에서도 피해 사례 게시 “다른 지역도 조심하라”

최근 남가주 한인사회에 폭발적인 골프 인기를 등에 업고 동호인들을 속여 거액을 착복하고 종적을 감추는 사기 행각이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촉구된다. 문제의 인물은 타 지역에서도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미주 전역을 전전하며 피해자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LA 인근에서 골프 동호인 모임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60대 한인 여성 A씨는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이 당했다. 하지만 더 이상 피해자가 늘어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라며 본지에 본인이 겪은 일을 제보해왔다. 다음은 A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기 행각이다.

6개월쯤 됐다. 모임 중 한 멤버가 게스트 한 명을 데려왔다. 6피트가 넘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괜찮은 외모와 패션 감각을 갖춘 50대 신사였다. 본인 이름을 남OO라며, “최경주 보다 조금 앞서 PGA에서 선수로 활동했다”고 소개했다.

골프 실력은 출중했다. 드라이브가 300야드를 넘길 만큼 걸출한 장타에 왕년에 프로였다는 말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젠틀하고 매너도 좋아 금새 사람들과도 가까워졌다. 한번은 회원들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며 700달러를 선뜻 도네이션 하기도 했다. 고급 B사의 스포츠카 모델을 타고 다니며 은근히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아마 친분이 생기고 3~4개월 정도 지난 시점인 것 같다. 제자와 후배들이 중가주의 명문 골프장 페블 비치에서 일하고 있다며, 본인이 주선하면 좋은 가격에 라운딩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3박 4일 일정에 라운딩 2~3차례, 호텔비를 포함해 1인당 2000달러 정도면 얘기해보겠다는 말이었다. 식사와 이동 경비는 각자 알아서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너무 많으면 감당하기 어렵고 12명 정도면 괜찮을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보통 3000달러 이상 가는 플랜이었기에 모두들 호기심은 있었지만 일정 때문에 망설이는 회원이 많았다. 그러자 “내가 한푼도 안 남기고, 완전히 실비로 하겠다”며 애초 2000달러라던 회비를 1500달러로 깎아줬다.

그러자 인원이 모이기 시작했고, 곧 12명이 찼다. 첫 출발 예정일은 목요일인 7월 22일이었다. 그런데 추가 요청이 쇄도하자 그 다음주(7월 29일)까지 12명이 더해졌다. 모두 24명이 모인 것이다. 남씨는 그때까지 재촉하거나, 서두르는 법도 없었다. 다만 "미리 캐시를 지불해야만 일이 잘 진행될 것"이라고 해 회원들이 자진해서 1, 2주전에 완납했다.

그리고는 첫 조가 떠나기 하루 전(7월 21일)까지 함께 골프를 쳤다. 그날 한 술 더 떠서 “페블 비치까지 가서 세계 최고라는 사이프러스 포인트클럽(코스)에서 안치면 후회한다”며 1인당 추가 비용 300달러까지 걷어갔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다음날부터 행방불명, 연락두절이다.

제보자 A씨는 “마지막까지 와서 300달러를 더 받아간 수법이 악랄하기 그지없다. 1인당 피해액이 1700~1800달러씩은 된다”며 “돈도 돈이지만 어리석게 당했다는 마음의 상처가 크다. 이런 못된 행각을 계속 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며 한인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A씨는 또 “얼마 전에 들으니 오렌지카운티의 한 동호인 모임에서도 8명이 당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알려진 것만 피해액이 6만 달러가 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 Missy USA의 ‘속풀이’ 카테고리에는 지난해 1월 16일자로 ‘골프사기 남프로’라는 게시물이 올려졌다. ‘북가주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금전적 사기 피해를 입혔고, 야반도주해 새로운 지역 골프장에서 또 사기 칠 한인을 찾아 떠돌아 다니는…’이라며 사진과 함께 게시돼 있다. 제보자 A씨에게 확인한 결과 동일 인물이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