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아름다운 마무리
얼마 전에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은퇴(퇴임)예배를 드린 적이 있다. 평생을 하나님과 교회를 위해 헌신하신 장로님과 권사님이 은퇴하신 것이다. 아직도 앞장 서서 일하실 수 있는 건강과 실력을 갖고 계시지만 조용히 내려놓고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름답고 귀한 마무리라는 평이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의 작품 중에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의 주인공 바흠을 통해 인생에 대한 대답을 제시한다. 바홈은 농부로 어렵게 살았다. 그러다가 농사가 잘 되어 그토록 소원하던 땅의 주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작은 땅으로 행복했다. 그러나 더 많은 땅을 가진 이웃들을 보면서 바홈은 더 넓은 땅을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곧 자신의 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 땅에 대한 욕심이 커져갔다. 그러던 중 쉽게 넓은 땅을 차지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상인들의 말을 듣는다. 혹해서 그 상인이 일러준 대로 또 다른 유목지로 갔다. 그곳에서 바홈은 적은 돈으로 일 년이 걸려도 다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땅을 살 수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흥분된 마음으로 상황을 확인해 보니 듣던 대로였다. 그렇게 찾아간 그곳은 바스키르 원주민들이 사는 땅이었다. 듣던 대로 저렴한 비용으로 넓은 땅을 살 수 있었다. 땅을 얻는 방법도 간단했다. 시작점에서 출발하여 원하는 땅을 괭이로 표기하고 해가 지기 전에 시작점으로 돌아오면 자신이 표기한 모든 땅을 소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바홈은 의기양양하게 시작점에서 출발해 마음에 드는 땅을 표기하며 걸었다. 출발점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놓치기 아쉬운 땅들이 보여서 포기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그는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숨이 가빴지만 달렸다. 땅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언덕만 넘으면 된다는 생각에 고통을 참고 계속 뛰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앞으로 고꾸라지며 극적으로 시작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바홈은 일어날 수 없었다. 그만 숨이 막혀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톨스토이는 시골 농부 바홈의 모습을 통해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의 끝없는 욕망을 질타한다. 바홈은 멀리 있지 않다. 어쩌면 우리 마음에 바홈의 욕망이 가득한지도 모른다. 다만 그런 여건과 현실을 만나지 못해 그 욕망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바홈의 비극이 우리에게도 있다. 지금도 바홈처럼 욕망의 달음박질 끝에 죽어가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던 장로님과 권사님을 본받고 싶다. 장로님과 권사님도 욕심이 있었겠지만 내려놓으니 아름다웠고 향기로웠다. 그들의 마무리는 찬란한 아름다움이었다. 권사님과 장로님의 생애를 다 아는 입장에서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들의 내려놓음은 톨스토이가 소개하는 바훔의 욕심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향기를 남겼다.
인생의 마지막 부분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마지막 순간에 비움과 내려놓음은 아름답고 존귀하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노욕을 가지면 너무 위험하다. 노욕은 자신의 삶을 초라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자손들과 후배의 삶에도 무서운 악영향을 미친다. 누구나 늙는다. 누구나 마무리해야 할 때가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