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범죄 12년 만에 최다…아시안 피해 73% 급증
FBI 연례보고서 "지난해 7759건"
누락 보고 많아… 실제보다 적다
지난해 미국에서 12년 만에 가장 많은 증오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수사국(FBI)은 30일 이러한 내용의 증오범죄 연례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FBI는 전국 1만5000여 개 사법기관이 보고한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발생한 증오범죄는 2008년 이래 가장 많은 7759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증오범죄 건수와 비교하면 6%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증오범죄 중 인종 또는 민족 혐오에 따른 범죄는 전체의 61.9%로 가장 많았고, 성적 지향과 종교적 편견이 동기가 된 범죄는 각각 20.5%, 13.4%를 차지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린 아시아계를 겨냥한 공격 행위는 2019년 158건에서 지난해 274건으로 73.4% 급증했다. 또 흑인을 표적으로 한 공격은 1930건에서 2755건으로 42.7% 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민단체들이 백인 민족주의 득세와 소수 민족에 대한 적개심 확산 등을 경고해온 가운데 증오범죄가 12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범죄 유형 별로는 협박이 53.4%로 가장 많았고 단순 폭행(27.6%)과 가중폭행(18.1%)이 뒤를 이었다. 또 증오범죄와 결부돼 22건의 살인과 19건의 강간 사건도 발생했다. FBI에 따르면 작년 증오 범죄 피해자는 1만 명이 넘었고 가해자의 절반 이상은 백인이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흑인 대상 증오범죄가 늘고 아시아계를 향한 범죄도 뚜렷하게 늘었다"며 "지난해 증오범죄 통계는 포괄적인 대응이 긴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언론들은 FBI 보고서가 증오범죄 현황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이긴 하지만, 각 지역 사법기관들이 FBI에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실제 증오범죄 발생 건수와 비교해 과소집계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CNN 방송은 FBI에 지난해 증오범죄 현황을 보고하지 않은 사법기관은 3000여 곳에 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