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영문이름 현지식 표기 허용해야”
법원 “해외 성장 경우 인정해야”
해외에서 성장한 한국 국적 아이의 이름을 국내 여권에 영문으로 표기할 때 현지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A군(7)이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 영문 이름 정정 거부처분 취소 청구의 소’에서 원고측 손을 들어줬다.
B씨는 2014년 7월께 프랑스에서 A군을 낳고 출생신고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어식 이름을 기재했다. 그러면서 첫 여권을 발급하면서도 프랑스어식 이름을 기재했지만, 구청은 우리말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해 여권을 발급했다.
A군의 프랑스어식 이름에서는 묵음인 'H'가 빠졌다. 구청은 A군의 프랑스식 이름은 한국어 이름을 영문으로 기재하는 로마자표기방식에 어긋나기 때문에 H를 넣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A군 측은 2019년 8월 구청에 여권의 영문 로마자 성명을 프랑스 출생성명상 이름과 동일하게 변경해달라고 신청했지만, 구청은 이를 거부 처분했다. 행정심판도 청구했지만 중앙행정심판위는 이를 기각했다. 이에 B씨는 A군이 여권 성명과 프랑스 현지 공문서상 이름이 달라 초등학교 진학 및 전학, 공항이용 등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개정된 여권법 시행령에 따라 외국에서 살면서 여권에 적힌 영문 이름과 다른 영문 이름을 장기간 사용해 온 경우 그 영문 이름을 정정 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A군의 여권상 이름을 변경해줘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단순한 국가의 위신이나 추상적인 공익만을 들어 청구인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며 "여권법 개정 시행령 이후에도 계속 완고한 태도를 보여온 외교부에 대해 거부처분을 취소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