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해외 심사 지연
일부 국가 “경쟁 제한 우려 탓 무조건 승인은 어려울 것” 의견
공정위서 주요 노선이나 사업부문 정리 등 시정조치 내릴 수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심사가 암초를 만나 연내 통과가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다. 필수 신고 국가로부터 "중복 노선에 대한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며 “무조건 승인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 나왔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주요 외국 당국의 심사는 아직 많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며, 실무적으로 경쟁 제한의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정위에서 받은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장기화에 대한 설명자료‘를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설명자료에는 또 “일부 국가는 두 회사 사이의 중복 노선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가 있을 경우 과거 사례로 볼 때 무조건적인 승인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고 표현됐다. 다만 이 국가(들)이 어디인 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이번 M&A는 미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EU(유럽연합) 등 총 9개 필수신고 국가의 경쟁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가운데 터키, 대만, 태국은 기업 결합을 승인했지만 나머지 6개국은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 중 1개 또는 그 이상 국가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중복 노선에 대한 독과점 우려, 또는 자국 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검토 중이라는 의미다.
해외 당국의 엄격한 의견은 한국 공정위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명분 삼아 더 까다로운 조건을 시정조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상당기간 가격 인상 금지 또는 주요 노선이나 사업부문의 매각 같은 민감한 사안들이다.
특히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은 항공정비 사업부문 매각이 기업결합 심사에서 부각될 경우 부담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본래 항공정비사업은 대항항공의 알짜사업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항공정비사업에서 매출 7404억 원, 영업이익 384억 원을 거뒀다. 대한항공 전체 매출에서는 5.6%, 전체 영업이익에서는 14.8%에 각각 이르는 규모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항공기 보유대수가 늘어나는 데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항공정비 수요도 확보할 수 있게 돼 항공정비사업 규모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결합에서 항공정비사업부문 분리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진보단체를 중심으로 4가지 주요 쟁점 중 하나로 이 부분을 지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도 시간이 길어지면서 항공업계에서는 지지부진한 통합 작업이 연내 가능할 지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