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식당 계속하면 갱단이 공격할 것”
시카고 지역 한인 식당에 우편으로 배달된 괴편지.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페이스북
시카고에 인종혐오 괴편지 잇따라
법원 양식 흉내, 판사 이름도 적혀
경찰 수사중…한인사회 적극 대응
시카고 지역 한인식당 여러 곳에 인종 혐오 내용을 담은 협박 편지가 잇따라 발송돼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뉴스1이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와 하나센터를 취재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추석 하루 전인 지난 20일 한 한식당에 미심쩍은 우편물 한 통이 배달됐다. ‘법원 명령(COURT ORDER)’이라는 제목으로 판사의 이름과 주소 등이 명시된 편지에는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와 차별적인 단어들이 가득했다.
편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쿵플루(Kung Flu)라고 지칭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쓴 표현으로 대표적인 인종차별 용어라고 지탄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이 밖에도 유색인종과 성소수자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단어들이 여과없이 사용됐다.
"환영받지 못하는 아시안들의 음식점 영업을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갱단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위협과 함께 "우리는 법 자체다. 경찰이나 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이 포함됐다.
하나센터는 “법원에 문의했지만, 해당 판사는 편지를 작성한 적도 없고, 보낸 적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며 “공공기관의 공식적인 편지 양식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를 사역하는 손태환 목사는 뉴스1의 취재에 “문제의 편지가 실제 쿡 카운티 법원의 주소와 판사의 실명을 도용하고, 편지 양식을 흉내낸 것으로 범죄행위가 명백하다”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런 편지는 인근 지역에서도 잇따라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매체인 ‘에반스톤 라운드테이블’은 “복수의 레스토랑에서 동일한 유형의 편지가 등장했다. 한 곳은 아프가니스탄 이민자가 운영하는 곳이다. 대부분 피해자가 소수계들”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또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편지에서 지문을 채취하고, 피해 업소 주변 순찰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름이 도용된 법원과 판사도 검찰과 연락을 취해 사건 해결에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카고 한인 커뮤니티도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이민자 보호교회 네트워크측은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 대한 제보를 모으고 있으며,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범죄와 폭력에 대한 정보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