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경제포커스] 플랫폼 기업에 시작된 규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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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경제포커스] 플랫폼 기업에 시작된 규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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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구글 ‘인앱 결제’ 방지법안을 통과시켰다. 스마트폰 등에서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시스템만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는 물론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까지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올해 정기국회 중점법안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법 개정과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여당은 카카오를 겨냥한 토론회를 열었고, 금융위원회는 금융 플랫폼에 대한 규제방침을 발표했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 파이낸셜이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비교, 추천하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플랫폼에 기반한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규제 움직임은 세계적이다. 미국의 경쟁 당국은 대대적인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6월 하원에서 발의된 미국의 반독점규제 5개 법안이 대표적이다. 이미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말 발표된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도, 알리바바와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도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혁신의 상징이었다. 아마존과 구글은 대표적인 빅테크 플랫폼 기업으로 미국 상장기업들 가운데 시가총액 순위 3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시가총액 3위, 카카오는 7위다. 플랫폼 기업 경쟁력은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에 대한 장악력에서 나온다. 플랫폼 지배력을 이용한 사업 확장은 온라인 마케팅 수준을 넘는다. 아마존은 온라인 커머스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 클라우드, 심지어 물류대행과 콘텐츠 제작,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있고 한국의 네이버나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특히, 카카오는 뱅크와 모빌리티, 커머스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만 11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SK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과정은 나쁘게 보면 약탈적 가격과 수직적 통합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은 혁신에는 관심없이 오로지 영역만 확대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게다가 거대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시장에 참여하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노동자에게 독점적이고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사용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규제에 발동이 걸리는 이유다. 개인정보 보호나 조세회피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겠다.     


사실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은 이미 너무 커졌다. 미국의 플랫폼 기업이 오늘날 인터넷 트래픽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구글은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40%, 페이스북은 25%를 차지하고 있다. 거대 플랫폼기업이 축적한 데이터의 양과 질은 정부를 능가한다. 지나치게 커진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독점’의 이슈로 이어진다. 플랫폼 시장의 본원적 특성인 ‘승자독식’의 사례는 미국의 아마존이나 애플, 한국의 네이버나 카카오가 모두 마찬가지다. 이용자나 입점사업자에 대한 대형 플랫폼회사의 차별적 대우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제재는 당연하다.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있는 빅테크 서비스는 이제 공적 영역에 가까운 서비스가 되어 가고 있다. 물론 승자독식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시장에서 대형 플랫폼사업자의 반경쟁적 특성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든 문제다. 플랫폼이라는 것도 그렇고 플랫폼 사업의 본질과 성격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새로운 형태의 독과점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 리나 칸 위원장은 이를 경제적 ‘편익’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지배력이라는 ‘권력’의 문제로 접근한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들을 오로지 아무 혁신도 이뤄내지 못한 괴물로만 보는 것도 지나치다. 경쟁친화적이면서도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시장구조와 규율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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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칼럼니스트: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MBC TV 앵커와 경제전문기자, 논설위원, 워싱턴 지국장을 역임했다. 인하대 사회과학대,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했다. 현재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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