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성·여행 관련 토픽은 피하라”
대입 에세이에서 마약이나 성, 여행을 주제로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이비리그 코넬 대학 캠퍼스. /Cornell University
대입 에세이에서 피해야 할 주제들
지원자가 누구인지 세계관·가치관 보여주는 ‘거울’ 역할
각색이나 과장 유혹 뿌리치고, 충분한 시간 투자 필요
대입 에세이는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경험을 하며 살아왔고, 어떤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대학에 보여주는 도구이다. 고교 성적이 입학사정에서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에세이는 한 인격체로서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담아낸다는 점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진실된 평가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에세이를 통해 다루지 말아야 할 주제들도 있다. 아무리 나에게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할지라도, 보편적으로 다음과 같은 주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마약과 성
흔하진 않지만 어떤 학생들은 ‘충격 요법’을 주기 위해 성에 눈을 뜨게 된 계기, 또는 마약을 한 경험을 에세이에서 다룬다. 이것은 99% 잘못된 아이디어다. 만약 내가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겪었고, 이것이 나라는 한 개인이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준 이야기라면 다룰 법도 하다.
마약에 중독됐다가 가까스로 극복해 낸 승리의 경험이 내 과거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면, 에세이에서 풀어 낼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캐주얼 하게 마약과 술을 했던 경험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
◇여행
많은 학생들이 흔히 다루는 주제이다.
외국에 가서 봉사 활동을 한 경험이 개인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거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깊은 의미가 있다면 이에 대해 당연히 드러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진중한 스토리를 풀어내는 여행 에세이는 거의 없다. 너무 흔하게 학생들은 페루의 기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에 대해 묘사하거나, 중미 국가의 어느 마을에서 가난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목격한 내용을 쓴다.
그러나 내가 아이티에 여행을 가서 아이티 사람들의 문화에 대해 고찰한 이야기를 써도 이것은 ‘나’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났든지 간에 그 행동의 중심에는 내가 있어야 한다. 대학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내가 ‘누구’ 이고, 내가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가’ 이다. 에세이는 이런 통찰을 대학 측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여행 에세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 어렵다.
◇과장
많은 지원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각색이나 과장, 떠벌림의 유혹에 빠진다.
자기 이야기에 도취되어서 자신만의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쉬운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제 아무리 완벽한 SAT 점수를 받았더라도 여전히 뇌는 틴에이저의 뇌라는 점이다.
둘째는 학생들이 입학사정관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과장과 각색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한다는 점이다.
강력한 에세이란 드라마틱한 소재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산사자와 레슬링을 했다거나, 광신적인 교단에서 자랐다거나, 7살에 새로운 은하를 발견했다는 등의 특별한 소재가 없다고 해서 발을 동동 구를 이유는 없다.
훌륭한 에세이 소재는 일상에 있다. 항상 곁에 있지만 효과적이고 의미 있게 나에게 다가온 것이 다를 뿐이다. 전형적인 일상에서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극적인 긴장감이 스며들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에세이를 쓰기 위해 끙끙거리고 있을 때, 브레인스토밍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어른의 감수성과 성숙한 시각으로 교정 과정에서 틀린 부분에 대해 조언할 수 있다. 그러나 과잉보호형 학부모, 지나친 간섭을 하는 학부모는 아예 뉴욕타임스의 문체로 자녀의 에세이를 다시 써주려고 하기도 한다. 이것은 큰 실수이다.
입학사정관들이 원하는 것은 ‘진짜 틴에이저’의 목소리다. 대신 부모는 자녀가 에세이로 깊은 인상을 주고 싶은 욕심 때문에 앞서 말한 ‘과장이나 각색’의 유혹에 빠지려고 할 때, 이를 톤다운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포츠의 영광
입학사정관들에게 물어보라. 입학사정관 인생 전체에 걸쳐서 스포츠를 주제로 한 에세이 중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이 몇 개냐 되냐고. 아마 0이거나 1개 정도일 것이다.
운동을 했던 학생이라면 정말 깊이 있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에세이의 배경으로 깔고 싶을 것이다. 훈련과 경쟁은 학생의 성격과 능력, 스포츠맨십 등을 더 잘 보여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을 보여주기 위한 소재는 라이벌을 상대로 축구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했다는 사실처럼 ‘실적’이 아니다. 그 정도로 학생이 운동에 뛰어났다면, 대학 코치가 벌써 이 학생을 리크루트 했을 것이다.
◇의식의 흐름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게티스버그 연설문을 냅킨에 끄적여서 1시간 만에 썼다는 얘기는 한 마디로 거짓말이다. 실제로 그는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총 5개의 완성본을 거쳐가면서 연설문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법이다.
김수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