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애플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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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애플파이

웹마스터

대니얼 김

제너럴컨트랙터


서울 날씨가 아직은 무덥다. 20여 년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의 생활을 뒤로 하고 서울에 도착한 지 나흘째다. 아직 시차적응이 안된 탓인지 새벽 일찍 눈을 떴다. 집 근처 ‘뱅뱅사거리’에 있는 맥도널드가 불을 밝힌 채 손님을 맞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섯 대의 키오스크가 의장대 도열하듯 서 있다. 커피와 애플파이를 골랐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인지라 이른 시간인데도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 있다. 드라이브스루 위주인 미국 매장들과 달리 서울 도심지 안의 대부분 맥도널드는 매장 내 자리를 이용하는 고객 위주로 운영된다. 주차 및 대기공간이 부족해서 인 듯하다.


강남대로변 방향의 대형 유리창 너머 플라타너스 가로수 그늘 밑에는 어느새 낙엽들이 흩어져 있다.​ 주문한 애플파이 포장을 열고 꺼내어 한 조각 시식한다. 편지봉투처럼 생긴 포장지 안에 들어 있는 '겉바속촉' 애플파이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큰 차이 없이 예전 그대로다. 여전히 변함없는 애플칩과 시럽이 미각을 자극한다. 작은 디저트 한 조각이 오랫동안 같은 맛을 내고 있다. 부침(浮沈) 심한 사물들 가운데 드문 일 중의 하나다. 초코칩 등 다른 디저트용 쿠키들은 대부분 포장없이 진열장에 놓여 있다. 애플파이는 주문할 때마다 데워져 나온다. 


알려진대로 애플파이는 영국에서 탄생한 디저트다. 영국에서는 미국을 식민지로 삼기 훨씬 이전인 1380년 쯤부터 애플파이를 만들어 먹었다. 탄생 당시의 레시피를 찿아보니 지금과는 다르게 설탕이 들어가지 않았다. 당시에는 설탕이 매우 귀했기 때문이다. 가장 초창기의 애플파이는 무화과, 건포도, 배, 사과, 패스트리 껍질 등의 재료가 들어갔다. 이러한 레시피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더 얇고 부드럽게 변형되었다. 짓무르거나 덜 익은, 또는 상처가 난 사과를 처리하기에 아주 좋은 음식이었기 때문에 더욱 애플파이의 인기가 좋았다고 전해진다.


애플(사과)과 관련해서 읽던 책을 옮겨본다. "우리말 큰사전에 과일이나 꽃 이름과 관련해 종전에 사용하던 명칭이 유통되지 않고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교육현장에서 무의식 수준의 표준말 근본주의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별칭이나 방언 등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지적도 있다. 사례를 들자면 ‘참꽃’과 ‘능금’의 예를 들 수 있다. 참꽃은 먹는 꽃이란 뜻으로 진달래를 일컫는다. 구경거리로도 심는데 먹을 수도 있는 꽃이다. 참꽃은 진달래의 별칭이기 때문에 방언이라 할 수 없으나 교육현장에서는 진달래가 표준이라는 식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지금 참꽃이란 말은 사실상 사라졌다. 참꽃과 비슷하게 유통에서 배제돼 쓰이지 않는 말이 있다. 능금이다. 요즘 ‘사과 먹는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능금 먹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사과나무는 능금나무를 개량한 것이고 사과는 재래종인 능금보다 알이 굵고 살이 많다. 홍옥, 국광 따위의 여러 품종이 있고 과수로 재배한다. 장미과의 낙엽 교목으로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다. 한국에서는 충주, 대구지방에서 많이 재배한다.” (말과 사회사, 유종호, 2022년). 


예전에 한국에서는 철따라 재배되는 과일로 유명한 지명(地名)들이 많았다. 수원 딸기, 안양 포도, 세검정 자두, 소사(부천)의 복숭아, 상주 곳감, 문경 오미자, 태릉 먹골배, 안성 배, 무등산 수박 등. 위에서 언급한 충주, 대구의 사과 외에도 제철과일 재배지로 이름난 곳이 많았다. 해당지역의 토질과 기후, 강수량 등이 적합해서 특정 과일이 잘 자랄 수 있었기 때문일 게다. 


아침 신문 광고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2022 알밤줍기 축제, 다음 주 세종시 금성산 비암사에서 열립니다.” 벌써 밤이 익어 껍질이 벌어지는 가을로 접어들었나 보다. 지난 주에는 ‘힌남노’ 태풍으로 포항지역 아파트 주차장에 폭우가 쏟아져 인명사고가 나더니 이번주에는 ‘난마돌14호’ 태풍이 일본을 거쳐 영남지방을 지나갈 것이라는 예보가 들려온다. 태풍들도 지나가면 한결 가을이 깊어 질 것이다. 시에라산맥 동부에 있는 비숍의 노란 아스펜 단풍이 그리워 지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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