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피해자인데…억울하게 4일간 구치소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브라이언 김 매니저와 당일 폭행 후 제지하는 과정에서 상처입은 팔. 브라이언 김 제공
라팔마 한인업소 매니저, 위협적인 백인 취객 제지하다 공격당해
얼굴 때리며 ‘칭크, 국스’ 차별 단어…김씨 ”수사나 받았는지 의문”
경찰 김씨가 가해자라며 중범죄 체포…CCTV 제출 후 무혐의 석방
식당 한인 매니저가 업소에 난입해 폭언과 욕설을 퍼붓는 50대 백인 취객을 제지하다가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에 끌려가 4일간이나 구금됐다 풀려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해 남성은 한인 매니저에게 칭크(Chinks, 아시안을 칭하는 속어), 국스(Gooks, 피부색이 짙은 외국인) 등의 차별적인 단어도 내뱉었다는 주장이다.
오렌지카운티 라팔마에 위치한 BBQ 식당(Wholly Smokes BBQ)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는 브라이언 김(31·한국명 김정원)씨는 6일 “지난 1일 저녁 인근 업소에서 술을 마시던 백인 남성이 그곳에서 다른 손님들과 시비가 붙어 몸싸움이 벌어졌다”며 “이후 이 남성이 우리 업소로 들어와 종업원과 고객들에게 위협적인 언동을 보여 제지하려고 다가가는 순간 다짜고짜로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당했다”고 밝혔다.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팔꿈치 등에 상처가 생기기도 했다.
옆에서 지켜본 종업원 애슐린 브레슬러는 “야외 패티오에서 일하던 중 남성의 고함 소리가 들렸고 긴 머리의 백인 남성 취객이 식당으로 건너와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했다”며 “몇 차례 식당에서 나가 달라고 말했지만, 더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매니저(김씨)에게도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고 전했다.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오자 남성은 현장에서 달아났고, 몇 분 뒤 라팔마 경찰이 도착해 김씨와 얘기를 나눈 뒤 철수했다. 이 때 만해도 체포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튿날인 2일 경찰차 3대에 경찰관 8명이 업소 앞에서 대기했다가 출근하는 김씨에게 “감시카메라를 확인했다. 사건 당일 기억나는대로 얘기하라”며 용의자 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어 김씨의 진술을 듣더니 “거짓말하고 있다. 중범죄 폭행(Felony Assault)과 상해(Great Bodily Injury) 혐의로 체포한다”며 고지했다. 김씨는 이후 나흘간 오렌지카운티 구치소에 구금된 끝에 5일 풀려났다.
라팔마 경찰국의 원 코(Won Koh) 서전트는 6일 본지와 통화에서 “인근 얌얌 도너츠(Yum Yum Donuts) 매장으로부터 입수한 CCTV를 확인한 뒤 김 씨를 폭행 용의자로 지목하고 체포했다”며, “오렌지카운티 지방 검찰은 사건을 검토한 뒤 김 씨의 모든 혐의를 취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BQ 식당의 업주이자 피해를 호소하는 김씨의 사촌 형인 앤서니 김(38·김태준) 대표는 “우리 식당과 인근 미용실 CCTV를 확보해 라팔마 경찰에 직접 증거자료(USB)로 제출했다”며 “화면에는 김 매니저가 방어만 했을 뿐 폭행한 장면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경찰이 10명 넘는 목격자의 진술에 귀를 기울였다면, 죄 없이 구금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식당에서 확보한 CCTV가 없었더라면, 꼼짝없이 3년형까지 받을 수 있는 중범 폭행 혐의를 받을 뻔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매니저 김씨는 “인근 업소 주인이 모두 백인이다. 당초 시비가 처음 발생된 곳은 술집인데 정작 한인 식당 관계자만 경찰 신문을 받았다”며 “폭행 장면을 목격한 손님이 여럿임에도 경찰은 나를 지목한 채 몇 가지 질문만 던지고 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가해 백인 남성에 대해서는 경찰이 조사를 했다는 말조차 들은 적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라팔마 경찰의 원 코 서전트는 “BBQ 식당에서 별도로 제출한 CCTV 영상자료는 검찰에 넘겨졌으며, 비디오를 판독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강한 처벌이 필요할 형량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라팔마 경찰이 김씨를 체포하면서 검토했다는 CCTV는 100피트 가량 떨어진 얌얌 도너츠 매장에서 촬영된 것이다. 김씨는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며, 법적 대응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