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렇지요] 도둑정치
한국은 아직도 기회의 땅인가 보다. 줄을 잘 서든가 투자를 잘 하면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라임 옵티머스와 같이 권력을 뒷배로 삼아 1조원대 사기 사모펀드를 일으켜서 꿀꺽 해먹고 해외로 달아났는데도 사기범들을 일망타진 했다든가, 피눈물 나는 서민들의 노후자금을 되돌려 주었다는 소식은 없다.
지금 대장동 게이트를 두고 온나라가 요동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공영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한 아파트 사업에서 거둬들인 수천억원의 개발이익이 특정 개인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게 드러나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29만여평에 5903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라는 신생업체와 몇 몇 사람이 성남시로부터 엄청난 특혜를 받았다. 1조15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이재명 시장 측근 4인방이 주무르고 5000만원 안팎을 투자한 참여자들이 100억, 1000억을 챙겨갔다. 그 중 1000억원을 배당받은 남모 변호사 부부는 일찌감치 미국으로 달아났다. 더욱 놀라운 건 국회의원 곽상도의 아들은 화천대유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서 6년여 일하고 지난 4월 퇴직하면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절망하고 있다. 월급 300만원 안팎의 대리급 직원의 퇴직금이 어떻게 50억원이 될 수 있는가? 통상적인 회사라고 한다면 5000만원도 되기 어렵다. 열심히 일한 성과급이니 몸을 상해서 산재위로금 조라니 구차스런 변명이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다. 아버지 소개로 입사한 것도 의문이지만, 왠 일로 곽 의원은 오래 전부터 비리 의혹 관계자들로부터 수천만원 거액 후원금을 받았을까? 마침내 곽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했지만 법률자문그룹에는 대법관, 검찰총장, 지검장, 박근혜 특검 출신에다 최순실 변호인까지 호화군단이 가세해서, 위용을 자랑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서 집행하는 공영개발이라고 하는데 무슨 대법관 출신이 나서고 검찰총장 출신이 자문을 해야 하는가?
관련회사 이름도 요란하다. 화천대유(貨泉大有), 재물이 샘솟으니 큰 돈을 벌게 된다더니 말 그대로 적중한 셈이다. 천화동인(天火同人)은 또 뭔가?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고 해서 속내는 이재명의 대선 프로젝트를 암시한다는 설이 있다.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지자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는 “민간개발에 따른 특혜를 막고 5503억원을 시민이익으로 환수한 단군 이래 최대의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곽상도 의원 아들의 거액 퇴직금이 도마에 오르자 여당은 국민의힘 게이트로 역공을 취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6000억원, 1조원을 해먹은 몸통은 어디로 가고 꼬리만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재명 전 시장은 1원 한푼이라도 받았으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프로젝트의 설계자는 이 전 시장이고 핵심인물 4인도 바로 그의 측근들이다. 당연히 특검(特檢)을 하면 여야를 막론하고 이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이 누구 누구인지 다 밝혀질텐데 이 핑게 저 핑게 둘러대면서 죽어라 반대하는 여당도 볼쌍사납다.
“도둑이 도리어 도둑 잡으라고 외치고 있다.” 이것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서 쏘아붙인 독설이었다. 지금 나라 꼴을 보면 권력 카르텔 집단이 이리떼처럼 달려들어 돈과 이권에 혈안이 돼 있다. 가히 도둑정치(kleptocracy)라 할만하다. 클렙토크라시는 도둑을 뜻하는 그리스어 kleptes와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democracy의 합성어다. 소수 지배층이 국가 권력을 독점하고 법과 제도를 이용해서 국민의 재산과 이익을 훔쳐가고 있으니 도둑들이 아니고 무엇이랴!
김우룡 칼럼니스트: 중앙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UC버클리 교환교수,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차관급인 제3기 방송위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