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 끝나면 점심 안 먹고 집에 가요”
한쪽 쏠리는 정치 얘기 불편해
교회, 직장, 가족간에도 이견 커
진영 갈등 한국,미국 가장 심해
“SNS 허위 비방은 선거법 위반”
# 50대 강모씨는 일요일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아졌다. 예전 같으면 예배 끝내고,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한참동안 교제하는 게 즐거웠다. 그런데 이젠 예배만 마치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잦다. 사람들에게는 “피곤해서”라고 둘러댔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
강씨는 “점심 끝나면 여기저기서 ‘시사평론’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서로 안부를 묻고, 신앙에 대한 대화를 나눴는데, 언제부터인가 달라졌다. 모이면 한국 정치 얘기 뿐”이라며 “반대편 정치인을 비판하고, 그 사람을 지지하는 세력까지 깎아내리느라 여념이 없다. 한번은 반대 의견을 얘기했더니, 사람들 표정이 달라지더라. 연세 있는 분들한테 ‘그러면 못 쓴다’고 야단까지 맞았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이어 “그런 일이 한 두 번 있다 보니 예배 이후 시간이 불편해졌다”고 털어놓는다.
# 40대 최모씨는 직장에서 비슷한 일을 겪는다. 직원들 대화방(단톡방)에 직속 상사가 퍼나르는 정치 뉴스 탓에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자신의 성향에 거슬리는 소식들까지 일일이 호응해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무 답을 안하면 ‘올린 성의를 무시한다’며 섭섭해 하는 눈치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전 세계 17개 선진국 중 정치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과 미국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월 1일~5월 26일 17개국 성인 1만88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13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심하거나 매우 심하다’고 답한 사람이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90%를 기록했다. 이 센터는 이번 조사에서 지지 정당, 민족이나 인종적 배경, 종교, 도농 간의 차이에 따른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를 물었다. 그 결과 정치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심하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미국과 한국에서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이어 대만(69%), 프랑스(65%), 이탈리아(65%)에서도 지지 정당의 차이에 따른 갈등이 크다고 답한 응답자가 60% 이상이었다. 하지만 일본(39%), 네덜란드(38%), 뉴질랜드(38%), 스웨덴(35%), 싱가포르(33%) 등에서는 그렇게 답한 응답자가 40%를 넘지 않았다. 17국의 중간값은 50%였다.
한국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 심하거나 매우 심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은 국가이기도 했다. 한국 응답자의 61%가 종교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심하다고 했다. 이런 응답이 절반을 넘긴 또 다른 국가는 프랑스(56%)뿐이었다. 미국(49%), 벨기에(46%), 독일(46%) 등이 그다음을 이었고, 중간값은 36%였다. ‘다른 민족이나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간의 갈등이 심하거나 매우 심하다’고 말한 응답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71%)이었다. 프랑스(64%)가 그 뒤를 이었고, 한국과 이탈리아가 57%로 셋째로 많았다.
한편 LA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 김범진 위원장(영사)은 “카카오톡 같은 SNS를 통해 특정 후보를 비난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총영사관이 배포한 재외선거 위반사례 예시집 18항 ‘비방·허위사실 공표’는 “선거운동을 위해 정당, 후보자와 그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와 관련해 ▶특정지역, 지역인 또는 성별을 공연히 비판, 모욕하는 내용 ▶출생지, 가족관계, 신분, 직업, 경력 등 재산, 행위, 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해 허위사실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문자메시지, 전자우편으로 전송하는 행위는 선거법 110조와 250조 위반”이라고 적시했다.
백종인·김진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