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렇지요] 배달(倍達)의 민족인가 배달(配達)의 민족인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가져온 사회현상의 하나는 배달의 생활화다. 재택근무, 거리두기 조치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모든 문제를 손가락 하나로 해결하는 시대가 됐다(이런 터치 커뮤니케이션을 haptics라고 한다). 식당에 가지 않고 수퍼마켓에도 들르지 않고 웬만한 상품은 셀폰으로 검색, 배달을 시킨다. 총알배송, 로켓배송이 일상화 되었다. 늦은 밤 주문을 해도 다음 날 새벽엔 문 앞에 주문한 상품이 와 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자고로 우리민족을 배달(倍達)의 민족, 백의(白衣)의 민족이라 불러 왔는데 요즘 세태를 보면 倍達(배달)은 配達(배달)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배달은 우리나라의 옛 칭호로 Korean race란 뜻인데 이 말을 아는 이가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인터넷에 배달을 검색하면 배달(配達 delivery), 배달의 민족 그리고 배민이란 말만 뜬다. Delivery 전문 앱의 상호가 배달의 민족이고 이를 줄여서 배민이라고 부르는 탓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모두 151세대가 있다. 어느 날 경비직원에게 물어 보았다. “이 아파트에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음식의 배달이 옵니까? “하루 평균 120건 정도 됩니다.” 그렇다. 약 80%의 입주민들이 적어도 하루 한 번 점심이나 저녁을 시켜서 먹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COVID-19 덕에 전국에 배달원이 42만 명이 넘어 초·중·고 교사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진정 우리들은 배달의 민족임에 틀림 없다.
팬데믹에다 1인 가구가 엄청나게 늘어난 탓에(서울의 몇 개 구(区)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가 넘었다고 한다) 배달업이 대성황이다. 그러나 우리집에서는 음식을 배달시키지 않는다. 음식의 맛이나 위생문제 외에도 배달음식은 요리하는 기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언젠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대중 앞에 나서서 강연하는 일이 거의 없던 마에스트로 정은 국제 존타 초청으로 서울클럽 한라산홀에서 4중주의 작은 연주회를 겻들인 강연 모임을 가졌다.
그의 강연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저는 음악 하고 요리 두 가지 밖에 모릅니다.” 그의 이 발언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휘자가 음악을 사랑하고 끝없이 음악공부 하는 것이야 당연지사지만 시간 날 때, 집에 있을 때 직접 요리를 한다는 말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일찍이 버나드 쇼는 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된 사랑은 없다(Like love for food there is no true love)고 하였다! 근래 젊은 주부들조차 스스로 쿠킹을 하지 않고 밀키트(meal kit)나 사들고 오고, 정크푸드나 사다 먹고 있어서 가족의 건강에 적신호가 되고 있다.
Junk food란 섬유소나 비타민, 미네랄 등은 부족하고 지방, 소금, 설탕. 방부제 따위가 많이 들어간 시판 식품을 총칭한다. 흔히 HFSS(high in fat, salt and sugar) food를 가리킨다. 편리해 진다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몸을 쓰면서 살아야 건강할 텐데 생활이 편리해 지는 만큼 게을러지고 있다. 예를 들면 TV의 경우도 리모콘이 없었던 옛날에는 다이얼을 손으로 돌리든가 버튼을 조작하기 위해 TV수상기 앞으로 몸을 움직여야 했지만 지금은 누워서 채널을 돌린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물은 몸 안의 생명력을 만드는 에너지 원이다. 쿠킹의 즐거움은 재료의 쇼핑에서 시작된다. 씻고 다듬고 지지고 볶고 스스로 또는 함께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때 사람들은 행복해진다. 식약동원(食藥同源)이란 말이 있다. 먹는 음식이 바로 건강을 지키는 보약이란 뜻이다. 천연재료를 갖고 맛있는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일은 삶에 있어서 큰 기쁨이 아니겠는가?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배달음식을 경계하라.
김우룡 칼럼니스트: 중앙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UC버클리 교환교수,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차관급인 제3기 방송위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