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경제포커스] 우주개발의 과학과 정치
요즘 우주개발은 기업 경쟁의 무대다. 우주 관광의 시대를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3파전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글로벌 IT 기업의 창업자들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그리고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다.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은 지난 7월 20일 베이조스 등 민간인 4명을 태운 우주선을 쏘아 올렸다. 지구와 우주의 경계로 불리는 고도 100㎞ ‘카르만 라인’까지 갔다가 지구로 복귀했다. 브랜슨이 설립한 버진 갤럭틱은 블루오리진보다 9일 앞서 시범 비행에 성공했다. 브랜슨은 5명의 탑승객과 함께 고도 88㎞까지 올라가 4분간 무중력 경험을 한 뒤 돌아왔다. 머스크의 민간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달 15일 우주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경쟁하는 두 업체보다 2개월 늦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먼 575㎞까지 올라갔고 우주에 체류하는 시간도 사흘이나 돼 진정한 의미의 우주여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주여행은 과학이다. 첨단기업들이 가진 기술력 검증의 무대다. 블루오리진은 이미 대형 로켓을 통해 민간인과 화물을 우주 궤도까지 올리는 더 먼 거리의 상업용 우주 비행을 추진 중이다. 스페이스X는 향후 화성 유인 탐사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참여하는 한 경제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돈을 벌어야 한다. 로켓은 한 번 쏘아 올리는 데 10억 달러가 든다. 발사체를 다시 쓸 수 있다면 비용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 기업들의 참여가 늘면서 우주개발과 인공위성 관련 기업들에 대한 산업적인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래의 인류 우주정거장은 민간이 소유하고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3500억 달러였던 우주산업 규모는 2040년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주식시장에는 이미 2019년 우주산업 ETF가 출시된 바 있다.
우주개발은 국제정치이기도 하다. 과거 냉전시대, 우주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초강대국 간 경쟁의 무대였다. 소련의 몰락으로 냉전이 종식되면서 경쟁이 막을 내린 듯했지만, 다시 중국이 부상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3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발사한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의 도전에 대해 미국이 대응한 방식이 바로 민간 기술의 적극적 활용이었다. 국방부나 항공우주국(NASA)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맡았던 과거의 방식을 포기하고 민간기업들에 일정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대신 기준을 충족할 경우 일정 수량의 발사 횟수를 보장해 주는 방식이 도입됐다. 우주탐사에 대한 민간기업들의 도전이 시작된 배경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라는 국제정치 구도는 우리나라가 고체연료 로켓, 즉 미사일을 개발하는 길도 열어주었다. 고체연료 로켓은 대륙간탄도탄 기술과 연계되어 한국은 지금까지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개발할 수 없었다. 사정거리도 800㎞ 이내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제한이 42년 만에 풀렸다. 흔히 말하는 발사체와 미사일의 차이는 단순하다. 위성을 궤도에 실어나르는 목적이면 발사체고, 탄두에 무기를 실으면 미사일이다. 미국은 애당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려는 생각이 있었지만, 한국이 자체적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중국을 견제하도록 방향을 바꾼 것이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도 호주와 일본, 캐나다 등에 이어 열 번째 국가로 참여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인류 최초로 태양계 바깥까지 갔다가 지구로 돌아올 탐사선 ‘루시호’를 미국이 발사한 지난 16일, 중국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유인우주선 ‘선저우 13호’를 발사했다. 한국의 우주개발은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속도가 더딘 편이다. 인력도 부족하고 산업체도 우주개발에 뛰어든 지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로서는 우리 힘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것이 먼저다. 11년 7개월 동안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1일 발사됐다.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국내 우주항공 관련 기업 300여 곳이 힘을 모아 만든 합작품이다. 지금까지 다른 나라 도움 없이 발사체를 쏠 수 있었던 나라는 북한까지 포함해 9개였다.
김상철 칼럼니스트: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MBC TV 앵커와 경제전문기자, 논설위원, 워싱턴 지국장을 역임했다. 인하대 사회과학대,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했다. 현재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