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사고 싶어도 못 사는 당뇨약, GLP-1 유사체
임영빈
연세메디컬클리닉
노년내과 전문의
최근 일론 머스크가 ‘오젬픽’이란 약을 통해 체중감량을 했다는 소문에 사재기 현상이 일었다. 때문에 정작 리필이 필요한 필자의 환자들이 약국에서 약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그렇다면 이 당뇨약은 왜 살을 빼주며, 약을 시작하지 않고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오젬픽은 ‘GLP-1 유사체’ 당뇨약 클래스에 속하는 약으로 트루리시티 또는 라이벨서스라는 타회사 제품도 있다. 이런 약품들은 몸에서 자연적으로 나오는 GLP-1 호르몬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따라서 GLP-1이라는 호르몬의 효능을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GLP-1 호르몬을 늘리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
GLP-1은 음식을 먹어서 혈당이 올라갈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음식이 들어오면 GLP-1이 분비되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도록 돕고, 위장관 운동을 늦춰서 음식물이 장내에 오래 머물게 해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도록 한다. 또한 GLP-1이 혈액을 타고 뇌신경으로 이동하면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떨어뜨린다. 쉽게 말해, 식욕이 줄어 배고프다고 느껴지지 않고, 식사를 어느 정도 하면 포만감 때문에 식사를 중단하게 돼 살이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효과가 어떤 이에게는 과하게 작용하여 메스껍고, 식욕이 너무 떨어져 아예 식사를 못 하고, 수분 섭취도 어려워지니 모든 당뇨인에게는 맞지 않는다. 특히 충분한 영양섭취가 필요한 시니어 환자나 마른 당뇨병 환자라면 주의해서 써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 좋은 GLP-1 호르몬을 일상에서도 자연적으로 늘릴 수 있을까? 우선은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그러면 GLP-1이 더 잘 분비된다. 음식을 30회 씹었을 때가 음식을 5회 씹었을 때보다 체내 GLP-1 농도가 30% 더 높다는 연구가 있다.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비결은 ‘식사 한 그릇’ 스타일의 식사보다 여러 반찬을 차려놓고 먹는 것이다.
두번째, 소화가 더딘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통곡물 같은 복합 탄수화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에 포함된 펙틴과 베타글루칸이 GLP-1을 증가시켜 준다.
셋째, 연어, 고등어 등 등푸른 생선을 먹어도 GLP-1이 많아진다. 한 연구에 의하면, 등푸른 생선에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이 장을 자극해 GLP-1 분비량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넷째, 유산균을 복용하라.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도박페리움이 풍부한 유산균을 복용했을 때 GLP-1 농도가 높다는 연구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공식품을 피해야 한다. 이런 식품은 체내 GLP-1 생성을 더디게 하며 또한 말 그대로 ‘패스트 푸드’이기 때문에 식사를 천천히 하는데 정반대되는 식사방법이다.
쉽게 말해, 여러 곡물과 등푸른 생선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방법이 GLP-1을 늘리고, 혈당을 조절하며, 체중감량을 이룰 수 있는 좋은 당뇨식단인 것이다. 문의 (213) 381-3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