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 Law] 한인 연방의원 죽이기
김해원
변호사
지난 1992년 한인 역사상 최초의 연방의원으로 당선됐던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의 선거 후원금 기사가 LA타임스에 보도돼 큰 논란이 있었다. 이 기사는 한인 언론들도 받아 보도해서 김 전 의원의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줬다. 김 전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주거제한과 1년 간의 보호관찰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불리한 여건에서 1999년에 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 후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이 2018년에 당선될 때까지 거의 20년이 걸렸다.
이렇게 한인 연방의원이 당선되기 힘든 현실에서 일부 한인 언론들이 다시 한인 연방의원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일부 한인 언론들이 일부 한인단체들의 조사를 근거로 영 김과 미셸 박 의원들이 전미총기협회(NRA)로부터 거액(?)의 정치 후원금을 받았다고 최근 비판했다. 더구나 댈러스 인근에서 한인 일가족이 희생당한 사건을 빌미로 마치 한인 의원들 때문에 이런 총기사건들이 발생한 것처럼 국민정서법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이 언론들과 단체들은 이 의원들이 총기규제를 강화하려는 법안들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폭로 아닌 폭로를 했다.
미국 정치에서 총기규제 논란은 단순히 총기규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안에 반대하기 때문에 수정헌법 2조에 근거해서 총기규제 법안들에 반대표를 던진다. 법안 몇 개에 찬성표 던진다고 미국 역사가 바뀔 것인가?
그런데 이 총기규제 법안들이 과연 통과됐다면 한인 희생자들이 없었을 것이라는 증거도 없다. 또한두 의원이 총기협회 후원금을 안 받으면 충격사건이 줄어들 것이라는 증거가 있나? 이 두 의원이 후원금을 안 받아서 낙선해서 다시 한인 연방의원이 탄생하는데 20년이 걸리면 이 단체와 언론들이 대신 후원금을 내거나 책임을 질 것인가?
일부 언론과 단체들에 의하면 김 의원이 받은 돈은 올해 1월 기준으로 1만8636달러이고, 박 의원이 받은 돈은 2만1983달러였다는데, 이 액수가 다른 공화당 의원들에 비해 적은 것인지 많은 지에 대한 분석도 없고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서 마치 반대급부로 받은 것처럼 비난하고 있다. 마치 이 두 의원만 NRA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은 인상을 주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한국계 의원인 앤디 김과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이 NRA로부터 후원금을 안 받았지만 그들이 낙태나 성전환자 후원단체의 후원금을 받았는지 여부도 밝혀야 한다. 일부 한인들은 "김 의원과 박 의원이 한국계 의원이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후원하지 말자”고 주장하는데, 이런 근거 없는 비난은 이 두 의원들을 뽑은 유권자들에 대한 심한 모독이다. 이 두 의원을 후원한 한인들은 이전처럼 한인이라고 무조건 후원하지 않는다.
필자는 1991년에 미국에 와서 10년 동안 현대차를 애용했는데 당시에는 한국차라고 많은 한인들이 무조건 한국차를 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댈러스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으로 한인 변호사, 의사 부부가 사망하면 이슈가 되고 작년 댈러스 미장원 총격이나 2021년 애틀란타 총격사건 때는 목소리를 왜 안 냈는지 의문이다.
만일 총기참사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 침묵하고 외면해서 불만이면 단지 한인 의원들만 공격하지 말고, 영어가 능통한 한인 단체와 언론들은 비한인 의원들도 후원금 받았고 반대표 던졌다고 비난해야 한다. 한인 의원들의 이런 태도가 싫으면 후원 안 하면 되고, 만일 이 의원들이 불법 후원금을 받았으면 사법처리 받으면 된다. 이런 식으로 국민정서법을 적용해서 한인 의원 죽이기에 나서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의 (213) 387-1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