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11월엔 감사의 시간을 갖자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교육이야기] 11월엔 감사의 시간을 갖자

웹마스터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애리조나주 법대에 재학 중인 아들 집에 다녀왔다. 아들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 부부는 맛있는 음식도 준비해 가고 집 청소도 해 준다. 특히 이번엔 자동차 엔진에서 흘러나온 기름 자국을 보고 차정비를 도와주었다. 다행히 큰 수리는 필요없었지만 차를 정비소로 몰고 가 수리하는 동안 그 곳에서 한두 시간 기다렸다 다시 몰고 돌아왔다. 그 다음엔 차고 바닥에 흠뻑 고인 기름을 닦는 일을 또 한두 시간 했다.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아들이 조금이나마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 


기름을 제거하는 용액을 차고 바닥에 뿌린 뒤 솔질을 하던 중 갑자기 22년 전 소천하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 1999년 학교를 설립한 뒤 윌셔와 하버드 근처에 있는 작은 빌딩에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엔 가르치는 일은 물론 행정, 상담, 버스운전, 청소 등 온갖 일을 다 맡아했었다. 그런 막내아들이 딱해 보였는지 은퇴하신 아버님께서 빌딩청소를 해 주겠다고 하셨다. 처음엔 사양했지만 속으로는 고맙고 감사했고 또 아버님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버님은 매주 서너 번씩 학교 쓰레기를 수거해 주셨다. 그리고 이것 저것 수리도 해 주셨다. 자식을 위해 뭔가 해 주고 어떻게든 돕고 싶었던 아버님의 마음을 이제서야 좀 이해할 것 같다. 아들의 집 차고 바닥을 솔질하다 아버님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20여년 전 두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땐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애 키우기가 쉬워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학교 다니길 시작하자 새롭고 다양한 이슈를 접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땐 중고등학생만 되면 손이 덜 가 쉬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청소년 시절엔 더 큰 갈등, 마찰, 친구문제 등이 복병같이 숨어있었다. 집을 떠나 대학 기숙사 생활을 하면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뿔싸 그 땐 이성문제, 전공선택, 룸메이트 문제, 또 졸업과 직업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따랐다. 대학을 졸업한 이 시점, 이제는 결혼과 커리어, 그리고 집 떠나 공부하고 있는 아들의 경우 타주에서 건강히 잘 지내고 있는지, 좋은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근심이 된다.  


분명 앞으로도 계속 자식을 위해 기도하고 신경을 끌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결혼은 누구와 할지, 아이를 낳으면 어떤 부모가 될지, 또 부부간의 문제나 재정 문제는 어떻게 헤쳐 나아갈지, 아무튼 부모는 죽는 날까지 자식을 위해 기도하며 뒷바라지 할 것이다. 자식을 낳아 키우고 양육하는 것이 정말 인생의 큰 과제다. 오죽하면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있을까….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와 반대로 철없는 아이들은 초중학생 때부터 점점 더 반항하고  순종을 거부한다. 또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집을 떠나 대학 기숙사에서 편히 맘대로 살 수 있다 생각해 집 떠날 날을 학수고대한다. 또,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잡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부모의 간섭 없이 모든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하나 결혼을 해 자식을 낳으면 그제서야 부모님께 감사를 느낀다. 젊은 부모는 품속의 아기를 바라보며 부모의 마음을 어렴풋이 감 잡는다.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부모님이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을지 그제야 깨닫고 송구스러워 몸 둘 바를 모른다. 철이 제대로 들었다는 뜻이다.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또 감사의 절기인지라 고마운 사람의 얼굴이 하나씩 떠 오른다. 특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 막내아들을 위해 학교 청소를 기꺼히 해 주신 아버님과 평생 질병으로 고생하셨던 어머님. 살아계실 때 좀 더 잘 해 드리고 좀 더 효도하지 못해 후회가 막심하다. 신앙의 멘토로 도와주신 여러분들, 학교 사역에 동참해 준 과거 및 현재의 동역자들, 보석같은 제자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과 딸, 다 감사하고 고맙기만 하다.   


11월 한 달은 받은 복을 세어보는 기간이다. 아무리 세상이 선거와 정치와 전쟁소식 때문에 시끄럽고 복잡하고 지긋지긋해도 잠시나마 시간을 내어 '감사할 것들'을 찾아보자. 분명 감사해야 할 많은 이유와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늦기 전에 편지로, 카드로, 텍스트로, 전화통화로, 만남으로, 선물로 감사를 표현하자.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