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제한법 발의… 2만2000명 이하로 못줄여
텍사스주에 있는 기갑여단 불독부대가 이달 초 한국에 배치됐다.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는 보병 전투차량의 모습.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앤디 김 등 하원 6명 공동 발의
"트럼프 때보다 숫자 줄었지만
상주 기준…오히려 강화된 것"
연방 하원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제한하는 '한미동맹 지지 법안'이 발의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발의된 이 법안은 한국에 주둔하는 현역 미군의 수를 2만2000명 아래로 감축하는 작업에 미 국방부의 2022 회계연도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 법안은 대표 발의한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의원 외에 '한인 2세'인 앤디 김 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6명이 공동 발의했다.
법안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주한미군 규모를 현행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상 2만 8500명이 아닌 2만 2000명으로 규정한 부분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해외 주둔 미군의 배치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진행 중인 상황과 맞물려 주한미군을 기존보다 줄일 수 있도록 여지를 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안을 대표발의한 갤러거 의원실 관계자는 VOA에 2만 8500명은 순환배치 병력을 고려한 숫자이며 이번 법안에서 명시한 2만 2000명은 한국에 상주하는 미군 병력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중 순환배치로 한국을 오가는 병력 6000명가량을 제외한 수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현행 미군 규모에 변화를 주려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해마다 개정되는 NDAA는 2019 회계연도 법안의 경우 주한미군을 2만 2000명 이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그러다가 2020 회계연도 법안에서는 하한 규모가 2만 8500명으로 상향됐고, 2021 회계연도 NDAA에서도 이 숫자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는 동맹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에 나서는 것 등을 방지하려는 의회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하자 순환배치를 뺀 상시 주둔군 기준으로 주한미군 규모를 2만 2000명으로 하향한 법안이 다시 발의된 것이다.
이 법안은 국방장관이 의회에 정당성을 사전 보고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주한미군 수를 2만 2000명 이하로 감축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를 위한 요건은 기존보다 강화했다.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감축이 ▶한반도 억지력 유지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의 독자적인 핵 억지력 개발 의지에 미치는 영향 ▶북한의 예상 반응 등 5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또 주한미군 감축이 한미, 한일 간 장기적 군사·경제적 파트너십에 미치는 영향과 미중, 미러 사이 군사 균형에 미치는 영향도 기술하도록 했다.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고 동맹국의 안보를 저해하지 않으며, 한국, 일본과의 적절한 협의를 거쳤다는 점을 의회에 입증하도록 한 기존 규정도 유지된다. RFA는 "사실상 한국이 사전 동의하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