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저무는 양적완화 시대…경제 정상화 시동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 결정
연방준비제도가 3일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시작을 선언한 것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다. 코로나 펜데믹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경제회복이 예상보다 빠른데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뜻이기도 하다.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 결정을 금리인상과 거리를 두는 발언도 했지만 결국, 금리인상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어 시장의 시선은 벌써 연준의 다음 스텝을 주목하고 있다.
#. '비정상의 정상화'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이미 '제로' 수준으로 낮춘 상태에서 추가 경기부양을 위해 채권 등 금융자산을 직접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일종의 비상수단이다. 장기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억제함으로써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이 정책의 취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3차에 걸친 양적완화를 단행했던 연준은 작년 3월 코로나1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대혼란에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거의 동시에 시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연준은 작년 중반 이후 매달 800억달러 상당의 국채와 400억 달러 상당의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월 1200억 달러를 꾸준히 시장에 풀어왔다. 따라서 이날 자산매입 규모를 월 150억달러씩 줄여나가기로 결정한 것은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향한 첫 걸음으로 볼 수 있다.
#. 물가·부동산 과열에 브레이크
연준이 초완화적 통화정책에 브레이크를 밟은 것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1∼2분기 곤두박질쳤던 경제는 이후 5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테이퍼링을 위한 세부 전제조건도 이미 충족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장기 평균 2%의 물가상승률과 최대고용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을 확인해야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연준의 입장이었는데, 물가와 고용 모두 회복세가 빠르다. 특히, 목표치의 두 배를 넘어선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결단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지난 9월 전년 동월보다 4.4% 올라 30년 만의 최대폭 급등을 기록했다.
#. 금리인상은 시간문제
기본적으로 테이퍼링은 통화정책 기조의 중대 변곡점이지만,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소재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는 파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연준의 이날 테이퍼링 발표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신기록을 경신했다. 투자자들은 테이퍼링 발표보다는 FOMC 성명과 제롬 파월 의장 기자회견의 행간에서 금리인상 전망에 관한 힌트를 읽으려 하고 있다. 전날 발표된 CNBC 방송의 전문가 대상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4%는 내년 7월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내년 6월 첫 금리인상 가능성을 58%, 12월 두 번째 인상 가능성을 73%로 각각 반영했다.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