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밤잠을 설치는 사연
필자의 고향 경상남도 거창군에 거창고등학교가 있다. 시골학교인데 제법 유명하다. 최근에는 좋은 진학률과 자율적 학사운영으로 유명하지만 원래 거창고등학교는 기독교 신앙학교로 유명하다. 초창기부터 교장으로 학교를 이끌었던 고 전영창 교장선생님은 선진 교육철학으로 학생들과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고 아들 전성은 교장이 대를 이어 학교를 이끌었다.
전영창 교장선생님이 남기셨다는 거창고의 직업선택 십계명은 거창고의 정신을 담았다고 한다. 성경의 가르침에 바탕을 둔 거창고의 직업선택 십계명은 읽는 자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 다시 직업을 선택하고 다시 인생을 산다면 이런 기준으로 살고 싶다.
그러나 진정한 거창고의 힘은 어려운 시골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외쳤던 전영창 교장의 사상이다. 까만 고무신에 골덴 재킷이 트레이드마크셨던 전 교장은 채플시간과 주일 예배시간에 사자후를 토하며 가난한 학생들의 꿈을 응원했다.
60~70년대 가난과 절망에 허덕이던 시골의 젊은이들이 전 교장을 통해 푸른 꿈을 꾸었다. 혹시 기회가 있어 학교를 세운다면 꿈을 심고 꿈을 응원했던 거창고를 닮은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꾼 적이 있다. 젊은 꿈을 응원하는 것은 참으로 가치있는 일이다.
월드쉐어가 아이티 쓰레기장에 있는 투찌에 마을에 소망학교를 세우고 학교를 운영한다. 학교가 전혀 없는 곳에 소규모로 시작했는데 마을의 아이들이 모두 찾아와 지금은 어엿한 학교가 되었다.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콧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짜릿한 행복을 느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지진이 일어나고 폭동이 발발해 학교에도 어려움이 많다. 덩달아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콧노래도 사라졌단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최근 큰 기쁨을 얻으신 어느 장로님과 권사님 가정에서 기부를 하셨다.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의미있게 사용해 달라는 마음이 보였다. 투찌에 학교 교사들과 의논하니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것이 아이들 꿈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가방 보내기를 결정했다.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었다.
예산도 조금 부족했고, 아이티 치안 사정으로 프로젝트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콧노래가 나왔다. 가방을 받고 좋아할 아이들의 얼굴을 그리며 행복했다. 드디어 도착한 가방을 메고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사진이 이메일로 왔다. 요즘 잠을 자다가 깨면 그 사진을 열어본다. 꿈이었던 가방을 멘 그들의 또 다른 꿈을 응원한다.
투찌에 소망학교가 거창고와 같은 명문교가 되기를 꿈꾸는 것은 비현실적일지도 모른다. 당장의 끼니가 걱정되는 어려운 형편인데 자연재해가 또 겹친다. 폭력사태로 더 어렵다. 학교 주변은 쓰레기 더미요 폭력이 빈번한 우범지대다. 아이들의 꿈을 키우기에는 너무나 척박하다. 급변하는 환율 까닭에 학교지원이나 운영도 녹록치 않다.
그러나 처절한 폐허와 절망의 틈새에도 아이들의 꿈은 피어난다. 얼마 전에 현장을 방문하면서 초롱초롱 빛나는 그들의 눈에 담긴 꿈을 보고 가슴 벅차 눈물이 났다. 최선을 다해 그 푸른 꿈을 지원한다. 금번 작은 나눔으로 보낸 가방들이 그 푸르고 푸른 꿈들을 응원하게 되어 가슴이 벅차다. 요즘 종종 그들의 푸른 꿈을 응원할 꿈을 꾸며 새벽잠을 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