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폐기물 더미에 6년째 “못 살겠어요”
대형 폐기물 더미로 뒤덮인 주택. /우미정 기자
이웃 주민 조영아(82)씨가 옆 집에서 쌓아 올린 폐기물 더미가 점점 늘어나면서 공간 확보를 위해 화분으로 막아놨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미정 기자
타운 한복판 번듯한 주택가서
버린 물건 쌓아 올려 성벽처럼
바퀴벌레, 모기, 쥐 떼 들끓어
계속된 신고에도 갑갑한 행정
“매일 저녁 차량 한 가득 폐기물 더미(철물 등)를 싣고 집으로 돌아와 성벽처럼 쌓아올린다. 집 앞에 내놓은 쓰레기와 오래된 가구들은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옆 집 뒷마당으로 옮겨진다. 심지어 한 이웃은 정리하려고 내놓은 어머니 유품을 이 집 앞마당에서 발견한 뒤 괴로워하고 있다.”
LA한인타운 한복판에 사람 키 보다 훨씬 높은 8피트 가량의 폐기물 더미가 성벽처럼 둘러싼 집 때문에 이웃 한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흉물스러운 외관은 물론이고, 여기서 발생하는 악취와 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붕괴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에도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다.
사우스 하버드 불러바드 100블럭에 위치한 문제의 주택 이웃에 사는 임은정(55)씨는 “주택 절반을 뒤덮고 있는 폐기물 더미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앞과 옆, 뒷마당에 쌓아 올린 철물들과 TV, 유리, 자전거 200여대와 타이어 100여개, 오래된 폐차 4대 등 때문에 주차장 진입로마저 막혀 이용이 불가능한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임씨는 또 “비가 내리거나 습한 날씨로 타이어 안에 고인 물에는 모기 유충이 가득하다. 밖으로 외출할 때에는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손과 발 모두 중무장해야 한다”며 “쥐와 바퀴벌레가 들끓어 심각한 위생상 위협도 느끼고 있다. 혹시라도 폐차나 타이어에서 발생할 지 모를 화재 위험도 걱정거리”라고 밝혔다.
문제의 하우스 같은 블록에는 몇 집 건너 어린이집이 위치해 있고, 인근 나무에는 수십 마리의 까마귀 떼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임씨는 “주변이 이렇다 보니 지인들의 방문도 끊겼다”며 어두운 표정이다.
이 같은 사연은 CBSLA와 abc7 등 주류 매체에도 보도됐다. 임씨의 얘기와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문제의 집에는 50대 백인 남성이 90대 노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 이 남성은 흔히 저장 강박이라고 부르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거나, 수집하는 증세를 앓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본래 집 안에 쓰레기가 가득했는데, 6년 전부터는 물건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울타리 같은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 시나 경찰 등 관계기관에 호소했지만 3년 전에 한 차례 강제적인 대청소가 이뤄졌을 뿐 대부분 구두 경고나 벌금 티켓 발부로 끝나는 게 전부였다. 이로 인해 오히려 이웃간 갈등만 깊어졌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LA)의 존 김 변호사는 “가능한 많은 인원이 단체로 행동해야 한다”며 “LA주택국과 보건국, 지역구 사무실에 탄원서를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접수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개인 권리 침해 행위(공공 위생 문제, 악취, 죽은 동물 등)에 대한 피해 사유를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며 “법정은 임시로 가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3주가 지나면 판사가 공판을 개시할 수 있다”고 절차를 안내했다.
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