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흥미롭게도 연구결과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수면이 부족하거나 비효율적인지 모르고 살아간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시니어들은 실제로 수면의 퀄리티가 떨어졌을 때에도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이러한 변화들이 자연스러운 노화 때문이라 생각하고 치료해야 된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면 부족은 심장 건강에 큰 타격을 주며, 심장 박동수와 혈압이 올라가고, 주말에 몰아서 수면을 취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당뇨병과 비만과 같은 대사성 질환을 초래하며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47%나 높아진다.  

근육도 수면이 부족하면 자라지 않고 오히려 지방만 많아진다. 시카고대 의대 연구팀에 의하면 수면이 부족하면 근육량이 약 60% 감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근성장은 초과회복, 즉 푹 쉬어야 근세포에 생긴 상처가 회복되며 성장하는데, 잘 때 상처회복, 세포재생, 근육성장 등을 촉진하는 성장호르몬이 분비가 되지 않아 근육이 성장하지 못 한다. 운동을 할 때도 효율이 떨어진다. 잠을 제대로 못 잔 날에는 평소처럼 같은 시간 같은 운동을 했어도 근육 합성은 평소보다 잘 안된다. 근육성장을 돕는 테스토스테론이 잘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3~5시간만 자는 사람은 7~8시간 자는 사람보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이 41% 더 높다. 만성적인 수면부족으로 인해 증가하는 당뇨병 위험을 건강한 식습관으로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려 노력해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손상된 피부 세포의 회복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피부탄력을 잃고, 피부의 콜라겐 재생도 줄어 주름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을 4시간으로 제한했을 때, 피부장벽 회복속도가 약 25% 떨어졌고, 피부 수분량이 16% 줄어들었다. 또한 피부가 울긋불긋해지고 피부 탄력도에 큰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로, 잠이 부족하면 지루성 피부염, 두드러기, 아토피 피부염, 건선 등 질환도 발생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면역력도 저하되고, 정신질환 발생률도 올라가고, 암에도 더 잘 걸리게 된다.

내가 수면이 부족한지 쉽게 검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다음 세 가지 질문에 어느 하나라도 ‘아니오'라고 답하면 평소 잠의 양이 부족하거나 잠의 질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평가를 위한 세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평소 자명종 없이도 쉽게 일어나는가? (2)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함을 느끼는가? (3) 주말이나 휴일에 평일보다 더 자는 수면량이 2시간 이내인가? 밤에 충분히 잠을 잤다면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것이 정상적이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하고 낮에 피곤하지 않다. 

숙면을 개선하는데 천편일률적인 방법은 없다. 불면증의 원인의 개별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진료할 때도 한 환자의 불면증을 잡아내려면, 얼마나 꼼꼼히 진료해야 하냐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모두 물어봐야 한다.

몇 시에 자러가는지, 자러갈 때 졸려서 들어가는 것인지, 자러가기 전에 무엇을 하는지, 누워서 바로 잠에 드는지, 아니라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잠에 쉽게 들지 못하면 무엇을 하는지, 중간에 깬다면 몇번 깨는지, 깨는 시각은 언제인지, 깨면 바로 다시 잠에 드는지, 소변 때문에 깨는지, 기침 때문에 깨는지, 속이 쓰려서 깨는지, 더워서 깨는지, 침대에서 나오는 시간은 몇 시인지, 침대에서 나와서 개운한지, 침대에서 나와서 햇빛을 접하는지, 낮에 졸리는지, 졸리면 낮잠을 자는지, 낮에 활동이 얼마나 있는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지 물어본다.

위 질문들을 환자 한명 한명 물어볼 때마다, 대답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이 모든 질문들을 꼭 다 물어봐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고, 건강하지 못 한 수면습관을 찾아낼 수 있다. 의료진이 위 모든 질문들을 물어볼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바쁘다는 이유 때문에 수면제를 처방하게 되면 수면제에 중독되기 쉽고, 결국 병을 키우게 된다. 조금은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위 질문들과 같이 깊이 파고들었을 때 문제들을 찾아내고 개선했을때 불면증을 고치지 못 한 케이스는 여태 없었다. 수면시간이 충분해지고, 운동량이 늘고, 두 다리와 엉덩이 근육에 힘이 생겨 새로운 삶을 사는 시니어들을 많이 경험했기에 이를 공유하고 싶다. 문의 (213) 909-9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