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얘기만 2시간 반… 끝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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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얘기만 2시간 반… 끝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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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에 만난 사람 – 화랑청소년재단 박윤숙 총재



“자기 정치하려고 저런다는 수군거림도 들었다”

“활동하며 아이들이 변하는 게 느껴질 때 보람”



인터뷰 시작 전이다. “사진부터 찍으시죠. 저쪽에 앉으세요.” (기자) 가리키는 곳에 자리하면서 외투를 벗는다. 안에는 노란색 트레이닝복이다. “오늘은 이 옷 입고 해야지. 일부러 입고 왔어. 허허허.” 화랑청소년재단의 유니폼이다. 순간 이런 생각이 스친다. ‘이 분, 진심이다.’


본래 달변은 아니다. 게다가 신년 인터뷰다. 그동안 감회와 올해 계획 등을 들으면 충분한 자리다. 기자가 먼저 시간을 요량했다. “바쁘신 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20~30분 정도 말씀 들으면 되겠네요.” 그러나 웬걸. 오판이다. 그것도 한참. 이날 만남은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 ‘화랑’ 얘기가 시작되니 눈빛이, 표정이 달라진다. 걷잡을 수 없는 열정이 쏟아져 나온다.



- ‘화랑’이라는 이름, ‘총재’라는 직함. 듣기에 따라 생경할 수 있다.


“처음에 누가 그러더라. 촌스럽게 화랑이 뭐냐고. 하지만 그렇게 오래된 청소년 단체는 세계 역사 어디에도 없다. 1500년이나 된 화랑정신을 2000년도에 깨운 것이다. 직함도 본래는 이사장이었다. 그런데 국제적인 조직으로 성장하며 주변에서 총재라는 직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권해서 그렇게 됐다.” (기자가 ‘타운에 회장님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하자 ‘사실 그런 점도 있다’며 웃는다.)


- 활동하다 보면 좋은 얘기만 나오지는 않을텐데.


“색안경 낀 사람들이 있다. 자기 정치하려고 저런다는 수군거림도 많다.”


- 화랑이란 단체를 정의해 달라.


“우리는 두 가지 성격이다. 일단 봉사단체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정체성을 키우고 결국은 리더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돈 버는 사람은 사업가다. 리더가 아니다. 화랑 출신 미국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게 창립 취지다.”


- 규모와 재원 마련은.


“14개국에 35개 지부를 뒀다. 정회원이 2500명, 준회원이 4000명 정도다. 나와 집사람이 비즈니스를 한다. 거기서 벌어서 매년 몇 만 달러씩 충당했다. 한 15년 정도 그렇게 하다가 2015년부터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졌다. 지난 해부터는 적지만 정부 그랜트도 받게 됐다.”


- 예를 들어 어떤 활동을 하나.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윌셔길에 100명 넘게 모인다. 같이 나무도 심고, 청소도 한다. 위안부 기림비에도 우리 손길이 닿는다. 글렌데일, 샌프란시스코뿐만이 아니다. 우리 지부가 있는 세계 각지 모두를 관리한다. 오렌지카운티에 새로 생긴 참전용사비도 마찬가지다. (이건 ‘청소’라고 표현하면 안된다며 정색한다.)”


- 올해 사업 계획은.


“청소하며 수거한 재활용품을 판매해 쌓인 기금이 6만 달러나 된다. 이 돈으로 과테말라에 보낼 의료 버스를 마련했다. 각종 의료기구와 약품, 간단한 시설이 갖춰진 차량이다. 올 6월에 학생들과 출발해 현지에서 백내장 환자 13명을 수술해줄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금을 조성 중이다. 한인사회에서 뜻있는 분들의 참여를 바란다. 1인당 500~1000달러 정도를 기부하면 한 사람 수술비가 마련된다.”
 

- 보람 있었던 순간을 말한다면.


“지난 연말 모임 때다. 사회에 진출한 선배 화랑들이 와서 후배들에게 경험을 들려주는 시간이 있었다. 여기 참가했던 학생의 어머니가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남겼다. ‘그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리 아이가 차 안에서 그런 말을 하더라. 선배들 얘기를 듣고 어느 학교를 가야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겠다는 방향이 생겼다라고. 그러면서 아이가 매일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이게 바로 화랑의 비전이다. 그런 변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정체성을 가진 리더로 성장하도록 하는 게 우리 모임의 목적이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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