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압사에도···관객은 구급차 위에서 춤췄다
5일 압사사고가 난 텍사스 휴스턴 NRG파크 아스트로월드축제 공연에서 수많은 인파가 래퍼 트래비스 스캇 공연에 열광하고 있다. / Houston Chronicle /AP
공개된 영상, 가수도 공연 안 멈춰
정체 불명 인물 약물 주사 의혹도
살인·마약 혐의로 경찰 수사 확대
대형 이벤트 재개…안전위협 증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방역 지침에 묶여 1년 이상 통제됐던 대규모 이벤트들이 재개되면서 각지에서 인명 사고가 잇따르며 안전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5일 텍사스 휴스턴에서는 힙합 스타 트래비스 스캇이 개최한 콘서트에 5만 여 명의 인파가 몰려 들었고, 이 중 흥분한 관객들이 무대 쪽으로 한꺼번에 쏠리며 사고가 일어났다. 휴스턴 소방서 측은 이 사고로 300명 이상이 진료소를 찾았고, 23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공개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영상을 보면 한 관중은 부상자를 태우러 공연장에 들어온 구급차 위로 올라가 춤을 추기도 했다. 이후 소셜미디어에 트래비스 스캇이 등장한 무대 상황을 촬영한 영상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트래비스 스캇은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노래를 불렀다. 또 흥분한 일부 관중은 공연장 안으로 들어온 구급차나 이들을 돕기 위해 뒤따르는 경찰차 위로 올라가 춤을 췄다.
이를 두고 뉴욕포스트는 “트래비스 스캇은 구급차가 들어오자 잠시 공연을 멈췄지만, 금방 재개했다”라고 6일 보도했다. 트래비스 스캇이 공연을 이어가자 관중들은 “공연을 멈춰”(Stop the show)라고 외치기도 했다. 일부는 공연 스태프를 찾아가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트래비스 스캇은 트위터에 “전날 발생한 사고로 나의 마음은 완전히 황폐해졌다”며 “휴스턴 수사 당국 등과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던 아스트로월드 뮤직 페스티벌은 사고 직후 전면 중단됐다.
한편 이날 폭스뉴스와 로이터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콘서트 참석자 중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마약을 주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살인·마약 범죄 수사관들을 투입했다. 트로이 피너 휴스턴 경찰서장은 관객 중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주사기로 마약을 투여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살인·마약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콘서트장 보안요원 1명은 사고 당시 현장을 통제하던 중 목이 따끔거리는 느낌을 받은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여러 관객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이들은 마약류 해독제로 응급 처치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다. 경찰은 콘서트 주최 측을 상대로 안전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휴스턴 수사 당국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마리화나 소지, 약물 중독, 불법 침입 혐의 등으로 25명을 체포했다. 또 300여 명이 약물 과다복용과 부상 등으로 현장에서 치료를 받았다. 압사 사고로 숨진 사람들의 신원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14살, 16살 휴스턴 고등학생을 비롯해 21살 대학생 등 사망자 8명 중 7명은 10∼20대였다. 나머지 1명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백종인·송주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