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한국 이민사박물관 특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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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한국 이민사박물관 특별展

웹마스터

대니얼 김

제너럴 컨트렉터 


얼마 전, 재외동포청 설립과 관련해 청사(廳舍) 인천에 두자는 주장이 보도됐다. 왜, 하필 인천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던 중에 지난 주 인천 월미도에 있는 ‘한국 이민사박물관’을 다녀왔다. 그날의 물결, 제물포로 돌아오다’라는 타이틀로 열리고 있는 ‘한민족 공식이민 120주년 기념 특별展(2022.10.06~11.20)’을 보기 위해서다. 


박물관 로비에 들어서니 최초의 공식 하와이 이민자 102명이 타고 떠났던 이국선(異國船) 사진이 걸려 있다. 2020년도 기준, 세계193개국 오대양 육대주 거주국 별 재외동포 숫자의 집계도 나와 있다. 미국(250만), 유럽(69만), 아프리카(1만), 중동(2만7000)명, 중국(250만), 일본(83만), 남아시아 태평양(60만), 캐나다(24만), 중남미(10만) 등 총 740여 만명이라고 나와 있다.


전시내용은 제1부 ‘한민족, 세계와 이어지다’, 2부 한민족, 이민의 역사를 쓰다’, 3부에서는 ‘재외동포, 조국의 독립에 투자하다. 상실된 모국의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재외동포들의 헌신과 활약’을 보여준다. 4부 ‘혼란 속에서도 이민은 계속되다. 광복 이후의 모습과 화합의 발자취를 재조명하다’, 마지막 5부에서는 ‘세계 어느곳에도 한인은 있다.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외동포들의 활약상과 비전' 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장마다 시대별, 지역별 고증자료, 사진, 문서, 영상, 디오라마가 설치돼 있다. 멕시코 에네킨농장에서 사용하던 기계까지 놓여있다. 하와이, 멕시코, 쿠바 등지의 농장과 중국 조선족, 고려인들, 만주, 일본, 러시아 연해주, 사할린 등지의 탄광지대 내 척박했던 이민생활의 흔적들도 보인다. 전후 입양아들,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모습도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낯선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면서 모국을 위해 공헌한 재외동포들의 삶을 공감하는 기회의 자리가 되고있다”는 김상열 박물관장의 인사말도 나와있다. 이민사(移民史)도 한민족 역사의 중요한 단초(端初)임을 되짚어 보게된다. 


역사학자 전우용의 말을 이어본다. 민족국가 형성기에는 민족(=영웅)들의 이야기가 역사였다. 민주주의 세대의 역사는 누구의 이야기여야 하는가? 민주주의는 국가운영의 원리를 넘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조직하는 기본원리로 재정의 되었다. 역사가들은 미시사, 일상사, 생활사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당대에 특별하지 않아 후세에 거의 알려지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그 자체로, 혹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과 관련해 재조명되었다. 보통사람들의 삶은 거의 전적으로 평범성이 점유한다. 불굴의 의지, 숭고한 희생, 천재적 지략 등의 초인성(超人性)은 자체로 평범성에 대립한다.지루한 반복의 일상, 관성에 지배받는 타율적 삶, 먹고사는 문제에만 몰입하는 위축된 의식 등이 평범한 삶의 구성요소다. 물론 어떤 사람의 인생이든 드라마틱한 요소는 있다. 하지만 인류역사의 본류는 사람의 시선을 끌지 않는 평범성이다. 비범함이란 도도히 흐르는 물줄기가 바위를 만났을 때 물보라로 튀어오르는 입자같은 것이다. 평범성이 비범함을 규정하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다. 인류역사의 위대한 성취들은 평범성 안에 깃든다. 평범성이 뜻밖의 역사를 만든다.”(내 안의 역사, 전우용, 2019).


총 1만3700여 점의 역사적 사료(史料)들을 모아서 이번 전시회를 갖는 것과 병행해 이민사 관련 기록을 책으로 출간해 보존하면 어떨까? 전시회를 나서며 갖게 된 소감이다. 마지막 전시장 출구 옆에는 빨간색 철제 우체통이 서 있다. 비치된 엽서에 관람 소감을 적어넣는 통이다. 어느 관람객 한 사람의 자필엽서가 눈에 띈다. “오늘 우리 가족 모두가 이민사박물관에 와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타국에서 당신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감히 상상해 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이 그날 그때의 피와 땀 위에 세워진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같은 한국인의 핏줄임을 자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저도 당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라는 다짐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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