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칼럼] 자녀들을 위한 나의 기도
한남옥
시인·수필가·나성영락교회 권사
할머니와 엄마는 지혜로운 말씀을 많이 남겨주셨다. 종종 할머니 말씀이 마치 살아 계셔서 옆에서 말씀하시는 것같이 들린다. 할머니는 바느질 솜씨가 좋으셨다. 바느질하시면서 곧 잘 “자질은 세 번 하고 가위질은 한 번에 해야 하느니라”고 말씀하셨다. 살면서 무슨 일을 결정하기까지는 심사숙고하고 결정했으면 단호하라!는 말씀이다. 또 가끔 “네 인사법 따로 있고, 내 인사법 따로 있단다. 상대방이 어찌했 건 내 할 도리 할 때 후회가 없단다.” 이것은 엄마 말씀인데 대인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머리 굴리지 않고 내 도리를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외에도 생활 가운데서 툭툭 던졌던 말씀들이 내 가슴에 새겨져서 삶의 답이 된다.
두 분은 어려운 세상 속에서 동생과 나의 안전기지가 되어 주셨고 삶의 모델이 되어 주셨다. 어린시절 엄마는 일하셔야 했기 때문에 할머니가 엄마의 역할을 하셨다. 자라면서 진로를 상담할 사람이 없어 외롭고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두 분은 우리를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자존감을 느끼게 해주셨고, 꿈을 갖게 해주셨으며, 조그마한 일에도 감탄하며 격려해 주셨다.
엄마에게서 가장 닮고 싶은 것은 가족과 화목하고 자족하며 평안하게 사는 것이다. 엄마 외갓집 형제들은 참 화목하다. 지금은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살고 있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위해 염려하고 기도하는 화목한 관계다. 4남매 중 엄마가 맏딸이신데, 맏이 역할 못하고 동생들 고생을 많이 시켰다며 늘 형제들을 축복하며 기도하신다. 내 기억으로는 외갓집 식구들은 한 번도 말다툼이나 서로에게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이 없었다. 이러한 정말 닮고 싶고 자신들도 닮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이제 내가 할머니가 되었다. 나의 자식과 손자가 살아가면서 가끔 나의 어떤 모습이나, 어떤 말이 생각이 날까 생각해 본다. 나는 자식에게 어떤 엄마였을까? 손자에게는 어떤 할머니일까? 생각해 보니 자식에게 부끄럽고 많이 미안하다.
부끄러운 엄마인 나는 아들들을 하나님의 뜻보다는 세상 욕심으로 키우려 했다. 저들에게 주신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기보다는 세상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여의치 못해 욕심대로 뒷바라지도 하지 못했다. 엄마로서 부족하고 무지했던 모습들로 미안하다. 그때는 나도 영적으로 성숙하지 못했고, 나도 모르게 자식들에게 상처를 준 것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자식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내가 예수님을 만나고 믿음으로 사는 것이다. 나의 가장 귀한 보물 ‘내가 만난 예수님’을 전해주고 싶다. 사랑으로 길러주신 할머니와 엄마가 계셨지만, 영적으로 늘 허기졌었다. 갈 길 몰라 방황했고, 외로웠고, 시린 내 손을 잡아 줄 누군가를 갈망했었다. 내가 그토록 연약해져 있고 소망이 없을 때 예수님을 만났다.
예수님은 나의 부족한 모습, 나의 연약한 모습, 무지한 모습, 죄악된 모든 것들을 해결해 놓으시고 괜찮다며 시린 내 손을 잡아주셨다. 그 손을 잡은 후 나에게서 회복이 일어났고, 소망이 생겼다. 사랑하는 나의 자손들이 그 사랑의 예수님 손을 꼭 잡고 험한 세상 소망으로 힘차게 살아가길 날마다 기도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지금 드리는 가장 중요한 기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