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촉매 변환기 도둑...여전히 기승
차량 아래 설치된 촉매 변환기를 훔쳐가는 절도범이 남가주 일대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털이범으로부터 압수한 도난 물품들. /LA셰리프국
차주 총격에 병원 실려 가기도
범행 중 차량에 깔려 숨 거둬
주차는 밝고, 사람 많은 곳에
LA 한인타운에 사는 A씨는 며칠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친지와 약속 장소에 가던 중 차가 언덕 올라가는 게 영 시원치 않은 것이다.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아도 추진력을 받지 못하는 느낌이어서, 주차장에 세워놓고 여기저기를 살피다가 차량 아래 부분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촉매 변환기가 없어진 것이다. 그 때서야 불현듯 요즘 들어 차량 부품 도난 사고가 많다는 신문 기사가 생각났다. 전날 하루 종일 길에 세워 둔 사이에 누군가 절단해 간 것이었다.
최근 남가주 곳곳에서 고가의 차량용 부품인 촉매 변환기(Catalytic Converter) 절도 행각이 기승을 부리면서 한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절도범들이 범행 도중 차량에 깔려 사망하거나, 차주의 총격을 받아 부상당하는 일도 생겼다.
LA 경찰국(LAPD)에 따르면, 22일 오전 1시 40분께 1800 블록 웨스트 35번가에서 촉매 변환기를 훔치려던 남성이 총에 맞아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차량 주인은 차 밑에서 정체 불명의 물건을 들고 일어난 남성에게 총격을 가했고 절도범은 현장에서 도주했지만, 곧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총상을 입은 절도범은 병원으로 이송돼 안정된 상태다.
이 같은 일은 처음이 아니다. CBSLA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애너하임의 산업단지 주차장에서 촉매변환기를 훔치려던 남성이 차량에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가든 그로브에서 충돌 사고로 사망한 두 남성의 차량 안에서 절단된 촉매 변환기가 수십개 발견돼 이들이 상습적인 절도범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촉매 변환기 절도 사건이 LA를 비롯해 토렌스, 샌타클라리타, 샌버나디노 등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들은 도난당한 촉매 변환기를 보다 쉽게 추적할 수 있도록 일련 번호를 새겨주는 무료 에칭 이벤트를 개최하며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효과는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LA에 위치한 하나정비(Hana Auto Service)의 이희도 사장은 “최근 한달 사이 촉매 변환기 도난으로 찾아온 고객만 6명”이라며, “혼다 어코드, CRV, 토요타 프리우스 등이 절도 차량 주요 타겟”이라고 말했다. 촉매변환기는 정품의 경우 1개당 2500달러에서 4000달러다. 중고품으로 교환한다 해도 1000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지난 9월에는 OC한미노인회는 셔틀버스 2대가 모두 촉매 변환기를 도난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도난 예방을 위해서는 ▶차량을 밝고 사람 왕래가 많은 곳에 주차할 것 ▶진동을 감지하는 경보장치를 설치할 것 ▶장치에 식별번호를 새겨 놓을 것 ▶용접을 이용해 부착할 것 등의 방법을 권했다.
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