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 탓 입대 포기" 한인 여성 헌법소원 각하
헌재 "시간 경과로 법적심사 포기"
리 양 "국적법 불합리성 외면 유감"
헌법재판소(헌재)가 국적 자동상실제도 폐지로 미국 공군 입대를 포기해야 했던 선천적 복수국적 여성인 이민 2세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시간 경과라는 절차적 이유로 각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이번 헌법소원을 이끈 전종준 변호사에 따르면 헌재는 한인 2세인 엘리아나 민지 리(23)씨가 한국 국적법 조항에 대해 제기했던 헌법소원을 기본권 침해를 안 날로부터 90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최근 각하했다.
리씨는 현행 한국 국적법 조항 탓에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자신의 미 공군 입대가 부당하게 좌절돼 헌법상 보장된 국적이탈의 자유, 양심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지난달 제기했었다.
미국 영주권자 부친과 시민권자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복수국적이 됐고, 개정 국적법에 따라 국적 이탈이 어렵게 되면서 이중국적으로 미 공군 입대가 좌절됐다고 주장했다.
과거엔 해외 태생 여성은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한 한국적이 자동 상실됐지만, 2010년 개정 국적법에 따라 자동상실제도가 폐지됐다.
전 변호사는 "선천적 복수국적 여성의 공직 진출을 막는 국적법의 불합리성과 침해의 현재성을 외면하고 법적 심사를 포기한 헌재 결정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는 헌법소원이 청구 기간을 지난 경우에도 동종의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 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해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본안 심사를 한 경우가 있다"며 "헌법상 판단의 필요성에 따라 청구 기간이 불변이 아님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헌재가 절차상의 이유로 본안 판단을 거부한 만큼 청구 기간에 해당하는 다른 피해 사례를 수집해 헌법소원을 다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선천적 복수국적 이민 2세는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