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금엉금 연금 인상, 훨훨 나는 물가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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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금엉금 연금 인상, 훨훨 나는 물가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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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연금 8.7%, 월 평균 144달러↑

당국 “40년래 최대”… 선거용 생색

수급자들 “설렁탕 한 그릇 얼만데”



“타운에서 설렁탕이나 순댓국 한 그릇 먹으려면 팁까지 20달러는 가져야 해요. 마켓에 가도 마찬가지예요. 물건값들이 하도 올라서 파 한 단 마음 놓고 집을 수가 없어요. ‘이게 다음 주면 조금 더 떨어진 가격으로 세일할 수도 있는데’ 하는 망설임 때문이죠. 개스값은 또 얼마나 올랐게요. 그나마 멀리 다니지도 않지만, 요즘은 차 타고 어디 가는 일도 많이 줄였어요.”


LA에서 아이들 키우고 시집, 장가까지 모두 보냈다는 70대 A씨 부부는 일주일에 두어번씩 하던 외식도 1~2주에 한번으로 줄였다. 굳이 당기는 메뉴가 있으면 투고로 집에 가져와서 먹는 경우도 잦다. 팁이라도 줄여보겠다는 마음이다.


“생활비를 주로 소셜 연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이 요즘은 훨씬 힘들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여러가지 생활 패턴까지 달라지네요. 그나마 손주들 봐주면서 받는 용돈을 아이들이 조금씩 더 생각해주는 덕에 숨통이 조금 트이죠. 그런데 물가 감당은 아이들도 쉽지 않을텐데, 받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죠.” 아내 A씨의 한숨이다.


사회보장국(SSA)이 13일 은퇴자에게 지급하는 사회보장연금의 생활물가조정분(COLA)을 내년부터 8.7% 인상한다고 밝혔다. 조정분은 도시 임금 근로자와 사무직 근로자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토대로 매년 산정된다. 이번 조정분 인상은 치솟는 물가를 반영한 것이라는 당국의 설명이다.


현재 수백만 명의 은퇴자들은 매달 평균 약 1656달러의 수표를 받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매달 144달러가 증가하는 셈이다. 지금껏 은퇴자 사회보장연금 인상률이 8.7% 이상 오른 적은 1979년(9.9%), 1980년(14.3%), 1981년(11.2%) 세 번뿐이다. 2010∼2020년엔 평균 1.7% 증가에 그쳤다.


정부는 중간 선거를 한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인상률을 발표하며 “1981년 이후 최대폭”이라고 생색이다. 상원과 하원 다수당을 뺏길 지도 모를 정부와 여당이 은퇴자에 대한 표심을 자극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SA는 은퇴한 사회보장연금 수혜자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더 높아진 상품과 서비스 비용에 대처하는 데 인상률 증가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보장연금 수혜자는 이런 은퇴자를 비롯해 장애인과 어린이 등 약 7000만 명에 달한다. 은퇴자협회(AARP)는 "사회보장은 대부분 은퇴자에게 가장 큰 소득 원천이며, 노인 4명 중 1명에겐 거의 모든 소득"이라며 "이번 증가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노인들에게 특히 문제가 되기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생색과는 반대로 현재의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AP는 여성 시니어 절반 이상이 필수 지출을 감당할 자금이 부족하며, 전체적으로는 약 45%가 그런 상황에 부닥쳐 있다고 전했다.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8.2%, 전월보다 0.4% 각각 올라 상승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8월(6.3%)보다 상승폭을 더 키워 1982년 8월 이후 40년 만의 최대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은퇴했음에도 일정 이상의 소득이 있는 사람은 연금에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연간 소득이 2만5000달러 미만인 은퇴 독신자나, 3만2000달러 미만인 은퇴 부부의 경우에 한해 사회보장연금에 대한 세금이 없다.


사회보장연금 비용은 근로자와 고용주로부터 징수한 급여세를 통해 충당되지만 그런 수입 증대 없는 연금 인상률의 높은 상승은 향후 심각한 자금 부족이라는 추가 압박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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