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더욱 뒤숭숭한 LA자바시장 봉제업계
'피스 레이트 금지법' 내년 1월 1일 시행
가주노동청 "연말연초 임금명세서 내라"
"작업별 급여 지급하면 1인당 200불 벌금"
오미크론 확산으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판에 LA자바시장 봉제업계엔 또 하나의 큰 짐이 얹어졌다. 한인봉제업체들은 최근 캘리포니아 노동청 근로표준집행부서로부터 새해 1월 1일부터 ‘피스 레이트’(piece-rate)를 금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연말-연초에 지급하는 급여명세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직 시간당 임금명세서를 발급할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데다, 서류미비자들이 많은 자바시장 특성상 별도의 명세서 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작업 생산량을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피스 레이트를 금지하는 법(SB 62)은 지난 9월 27일 개빈 뉴섬 주지사가 진작에 승인했기 때문에 해당 업주들이 새로운 법의 시행에 대해 모르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고민스럽다는 반응들이다. 더구나, 이번 공문에는 ‘작업별 급여로 지급하는 의류 제조업체 또는 도급업체는 각 직원이 작업별 급여로 급여를 받는 매 급여기간마다 직원 1인당 200달러의 징벌적 보상을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페널티 조항까지 들어있다.
한 한인 봉제공장주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바시장 의류경기도 안 좋은데다 물가는 오르고 서플라이체인까지 망가져 모든 것이 뒤엉킨 마당에, 새삼스럽게 새로운 법까지 만들어 봉제업계를 옥죄는 형국”이라며 “근로자들은 더 많은 임금을 받기를 원하는데 굳이 시간당 페이법 준수를 요구하는 게 온당한 처사인지도 의문”이라며 하소연을 했다.
이 공장주는 “마치 피스 레이트를 적용하면서 업주가 임금을 착취하는 것인양 말하지만 실제로 요즘 미싱사들은 피스 워크로 최저시급 이상을 받고 있다. 일 할 사람 구하기도 힘든 지금 상황에서는 근로자나 업주 모두에게 불편한 강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피스 레이트 임금지급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봉제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숙련공들이라면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하는 정도의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만큼 근로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하고, 공장주들의 임금착취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원청업체의 낮은 단가 책정 때문에 마진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당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피스 레이트를 적용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SB 62’의 시행은 봉제공장의 법률 위반을 초래하는 의류 매뉴팩처들에도 책임을 뭍게 돼 있다. 하청을 줄 때, 지나치게 낮은 하청단가를 요구한다든지, 피스 워크를 안 하도록 봉제공장의 법 준수 여부까지도 체크해야 한다.
노동법 전문 김해원 변호사는 “SB 62 시행은 사실 오래 전부터 예고된 일이다. 5년 전 바뀐 법에 따라 피스 레이트를 적용하면서도 종업원 휴식과 대기시간에 대한 임금지급을 하고 임금명세서에 잘만 명시했어도 강력한 새 법이 만들어 질 이유는 없었다”며 “궁극적으로는 법을 따라야 하겠지만 일단, 피스 레이트가 됐든 시간당 임금이 됐든 임금명세서만큼은 반드시 작성해서 잘 보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의류협회 리처드 조 회장도 “법에서 요구하는 만큼 근로자 임금도 올려주고, 관련 서류도 잘 작성해 보관해야 하겠지만, 실제 LA에서 그런 식으로 작업해서는 특히, 한인봉제업체들은 타인종 업체들에 비해 더욱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매뉴팩처들은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멕시코 등 타지로 주문지를 옮길 것이고, 그에 따라 봉제공장들이 LA를 떠나는 현상도 가속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