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 몰려와 1분만에 싹쓸이…LA에 ‘떼강도’ 공포
북가주 루이비통 매장에 난입한 떼강도. 1분도 안돼 10만 달러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 /CBS캡처
20명 ‘플래시 몹’… 고가품만 털어가
그로브 몰, 사우스LA, 베벌리힐스 등
잇따라 4곳 피해… 업주들 노심초사
북가주, 시카고로 번져 “전국적 확산”
갑자기 모여 명품 매장을 급습, 잠깐 사이 고가 물품을 싹쓸이해서 달아나는 플래시 몹 형태의 신종 떼강도가 LA일대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LA경찰(LAPD)에 따르면 영업 종료 직전인 22일 밤 10시 40분께 그로브 몰 내 백화점 노스트롬에 20여 명의 괴한이 한꺼번에 난입해 닥치는 대로 진열된 물건들을 약탈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했을 때 용의자들은 대기하고 있던 차량 4대에 나눠 타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순찰차가 따라붙으며 추격전을 펼친 결과 새벽 3시께 사우스LA 지역에서 닛산 SUV를 멈춰 세운뒤 타고 있던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
LAPD는 이들로부터 훔친 의류와 계산대 레지스터,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스키 마스크와 장갑 등을 압수했다.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인 경찰은 나머지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으며,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LAPD는 또 그로브 몰 사건 1시간 전에 사우스LA의 대형 소매업소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범행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5800블럭 사우스 버몬트 애비뉴에 있는 CVS 매장에 한 무리의 강도가 침입, 6개의 현금 계산대에서 8500달러를 강탈해 도주했다. 목격자들은 이들이 3대의 차량을 이용했다고 밝혔는데, 이 중 1대가 그로브 몰에서 사용된 닛산 SUV와 비슷한 모델인 것으로 알려져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주말인 20일에는 베벌리힐스 로데오 드라이브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과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대형 유리창이 파손되는 일도 있었다. 다행히 내부 침입은 이뤄지지 않아 추가 피해는 없었다. 베벌리힐스 시는 일대 순찰을 강화하기 위해 사설 보안업체와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가주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최근 이 같은 신종 강도 수법이 기승을 부려 업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여러 사람이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서 짧은 시간 동안 모여, 특정한 행동을 한 뒤 곧바로 흩어지는 ‘플래시몹(flash mob)’의 형태의 강도 행각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밤에는 북가주 월넛 크릭의 한 백화점에서는 약 80명의 강도가 동시에 노스트롬에 들이닥쳐 명품을 약탈해 달아난 일이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은 쇠막대와 큰 가방을 들고 선반 등 내부 시설을 부수고 매장의 물건들을 털었다. 이 과정에서 백화점 직원 2명이 폭행을 당하고 1명은 스프레이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들은 미리 준비된 차량 25대를 타고 쏜살같이 도주했고 3명만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21일 “이 사건은 조직적인 절도”라며 “이들이 또 다른 범죄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정보가 있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위크는 이 사건에 대해 “최근 디자이너 상점을 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플래시몹’ 강도 사건 중 가장 최신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7일 오후에는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 오크브룩에 위치한 루이비통 매장에 강도 14명이 난입해 12만 달러의 물건들을 훔쳐 갔다고 보도했다. 이곳 경찰은 이들이 쓰레기봉투를 꺼내 핸드백 등 상품들을 쓸어 담은 후 달아났다고 밝혔다.
소셜디미어에 공개된 당시 영상을 보면 평화롭게 쇼핑을 즐기는 손님들 사이로 복면을 쓴 강도들이 우르르 들이닥친다. 이들은 순식간에 진열대에 있는 상품들을 보이는 대로 쓸어 담더니 재빠르게 도주한다. 이들이 매장을 털어가는 데 걸린 시간은 약 30초 정도다.
보도에 따르면 경비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이들은 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타고 도주한 뒤였다. 오크브룩 경찰서장 제임스 크루거는 “현재 용의자들의 차량번호를 확인했으며 폐쇄회로(CC)TV와 사견 현장에 남긴 단서를 바탕으로 그들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에도 시카고 교외 노스브룩의 루이비통 매장에 강도 8명이 들이닥쳐 6만 6000달러 상당의 물건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경찰은 “두 사건이 연관돼 있는지는 단정지을 수 없다”며 “다만 유사점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