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 증세 딸아이 구하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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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병 증세 딸아이 구하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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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런 정(31)씨와 남편 존 게리쉬(45), 딸 미주(1), 반려견 오스키 / 인스타그램




시에라 국유림 등산로 일가족 참변 원인에 추가 정황

사고 전 아이 위해 도움 청해…셰리프국 수사 보고서

 


지난 8월 요세미티 인근 시에라 국유림의 외딴 등산로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한인 엘런 정씨 일가족이 열사병 증세를 보인 한 살배기 딸 미주 양을 구하려다 함께 변을 당한 것이라는 새로운 정황이 제기됐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3일 사고 지역 관할인 마리포사 카운티 셰리프국의 77페이지 짜리 수사자료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정씨 부부가 탈수로 쓰러지기 전 미주를 위해 도움을 청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관들은 하이킹 당일인 8월 15일 오전 7시 45분 무렵 등산로 기온은 76도였으나, 몇 시간 만에 화씨 109도(섭씨 43도)까지 치솟았고, 3년 전 퍼거슨 산불로 그늘조차 없었기 때문에 체감 온도는 더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지면 온도가 달아올라 앉아 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데스토의 한 의료진은 수사관들에게 “하이킹을 시작하는 순간 정씨 부부의 시계는 똑딱거리고 있었을 것”이라며 “열사병으로 인한 뇌와 장기 손상 등으로 몇 시간 안에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견(호주, 아키타 혼혈)도 더운 환경이 익숙치 않은 종이라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등산로에서 먼저 남편인 게리쉬와 민주양, 반려견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후 정씨에 대한 수색은 계속됐고, 시신은 가족보다 약 13피트 높은 언덕 위에서 발견됐다.


한 생존 전문가는 “부모가 순간적으로 심각한 상황을 깨닫고 서로 아이를 구하려다 일을 당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지형, 고도, 더위가 치명적인 3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먼저 이상 징후를 보이자 부부가 서둘러 등산로를 올라간 것으로 짐작되며, 아빠가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어 아이와 반려견을 돌보고 정씨가 도움을 청하려고 올라간 것"으로 분석했다.


오렌지 카운티 출신의 한인 여성 엘런 정(31)씨와 영국인 남편 존 게리쉬(45), 딸 미주양 등 일가족 3명은 8살된 반려견 오스키와 함께 시에라 국유림의 머시드 강 인근 트레일을 따라 등산을 나갔다가 모두 변을 당한 뒤 사망 원인을 놓고 여러 의혹들이 제기됐다. <본지 8월 19일 A-1면 보도>


약 두 달 동안 살인에서부터 낙뢰 사고, 약물, 유독 식물, 인근 지역의 폐광에서 발생하는 유독 가스에 대한 노출 가능성, 유독성 조류(물풀)까지 다양한 설이 제기됐다. 마리포사 카운티 셰리프국은 결국 지난 10월 정씨 일가족이 고열과 탈수증(물 부족)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발표하며 비극적인 사건으로 종결시켰다.


전문가들은 여름 등산에 충분한 물이 필요하다고 권장하지만, 험난한 지형과 화씨 109도에 달하는 기온에 정씨 부부가 84온스의 물만 소지하고 있었고, 발견 당시 미량만 남아 있어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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