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들 예금확보에 '총력'
[1분기 실적보고 마친 한인은행 과제]
순익 8920만불…전년 比 20.3% ↓
예금·대출 개선, 유동성 확보 관건
남가주 한인은행들이 급작스럽게 무너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뉴욕 시그니처은행 등의 잇단 파산사태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압박에도 불구하고 1분기 영업에서 선방했다.
비록 순익은 감소했으나 유동성과 직결되는 자산, 예금, 대출 등 주요부문에서 상승세를 나타내며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불확실성이 여전히 공존할 것으로 보고 이자율이 높은 상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손실방어에 주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뱅크오브호프·한미·PCB·오픈·CBB·US메트로 등 남가주 한인은행 6곳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892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1억1191만달러) 대비 20.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억911만 달러)와 비교해도 18.2% 줄어든 수치다.
이는 SVB 파산으로 퍼진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연준의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사태가 맞물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뱅크오브호프의 경우 순익이 35.6% 쪼그라들었으며 오픈뱅크와 CBB 또한 당초 월가가 내다본 주당순이익(EPS)이 크게 하회하는 등 '어닝 쇼크' 성적표를 받았다.
반대로 이 같은 여건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곳도 있었다. 전년 동기와 견줬을 때 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한미은행(2199만 달러·6.3%↑)과 PCB은행(1030만 달러·0.58%↑)이다. 특히 PCB는 플러스 정기적금 등 타사와 차별화된 이자 상품을 출시한 덕에 월가 전망치(0.46 달러)를 56% 상회하는 성장을 이뤘다.
순익이 급감함에 따라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다행히 예금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하면서 이를 불식시켰다.
6곳 은행들의 총 예금고는 285억9782만달러로, 지난해 동기(263억6561만달러) 대비 8.5% 개선됐다. 총 대출은 지난해 동기(246억5433만달러) 대비 9.6% 오른 270억1108만달러로 집계됐다.
총 자산규모는 356억327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314억5836만달러) 대비 13.3% 늘었다. 시장에서는 전체 자산의 57.7%를 차지하는 뱅크오브호프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총 자산은 205억6888만달러로, 한인은행 가운데 최초로 자산 200억달러를 넘겼다.
재무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부문에서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감에 따라 당장의 위기는 피했지만 미국 경제 곳곳에서 대출축소에 따른 신용경색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아울러 이자율이 높은 상품을 지속 출시하며 예금고를 채우는 등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순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당장의 뱅크런 사태는 막았지만 하반기에도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예금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진희 기자 jjoo@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