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쓰셨나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문의 급증
“가족들에 불확실함 안 남기려”
18~34세도 27%가 “작성했다”
100달러 온라인 서비스도 등장
60대 한인 K씨는 지난해 큰 충격을 받았다. 가까운 친지가 코로나에 감염돼 응급실로 옮겨진 뒤 가족들조차 임종을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안됐고, 슬픈 마음이야 물론이지만 그 외에도 안타까움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고인이 미처 마지막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남은 가족들이 겪은 혼란 탓이다.
작은 비즈니스를 개인 기업 형태로 운영하던 특성상 크고 작은 금전 거래가 많았다. 문제는 고인의 사후에 갚을 돈은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반면, 받을 돈은 찾아내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장부나 메모는 본인만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고, 그나마도 입증이 불가능해 당사자가 아니라고 부인하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성격상 남 모르게 예금이나 투자한 재산도 꽤 있을 것 같은데, 당장 소재를 몰라 유족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K씨는 이 광경을 지켜보며 한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는 유언장 작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타운 내 가정법 전문 변호사도 만나보고, 여기저기 지인들의 얘기도 참고하며 나중에 남겨질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정리를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생각은 비단 K씨의 경우만이 아니다. 불확실한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다양한 세대와 커뮤니티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노후서비스 사이트인 케어링닷컴이 2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지난 해 이후 유언장 작성이 크게 늘어났으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들까지 여기에 동참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응답한 이들 가운데 18~34세가 차지한 비율이 27%나 됐는데, 이는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이 연령대가 답변한 18%보다 9%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라고 전했다.
이들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생)’가 유언장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다. 본인 또는 가족이 언제 코로나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법률서류 작성 사이트 리걸줌닷컴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35세 미만 유언장 보유자 가운데 32%가 유언장 작성 이유로 ‘코로나 팬데믹’을 꼽았다. 특히 젊은 세대는 델타·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자산 관리 분야에서 일하는 아비 케스텐바움 변호사는 WSJ에 “밀레니얼 세대 의뢰인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이들이 코로나 변이에 예민하다”며 “델타 변이가 확산하던 기간,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을 시작한 시점에 유언장 작성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변호사를 통할 경우 간단한 유언장 작성에도 1500달러 이상이 드는 것에 비해, 최근 100달러 정도에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세대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가파른 인플레이션도 이 같은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0월 소비자물가가 6.2% 상승하며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