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12월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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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12월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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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사람에겐 휴식이 필요하다. 각자 쉬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재충전과 휴식이 없으면 몸이 고장난다. 특히 12월이 되어 한 해를 잘 정리하고 새해를 계획하려면 꼭 쉬어야 한다.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다는건 몸과 마음이 상하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말과 같다.   


나는 보통 토요일 새벽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묵상 및 글을 쓰며 재충전한다. 주중엔 종일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기에 즐기기보단 깨어있기 위해, 졸지 않으려고 커피를 하루에도 여러 잔 마신다. 그러나,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직접 커피 한 잔을 내리는 것은 나에 대한 배려와 투자요, 악보의 쉼표를 존중하는 자세다. 커피의 향과 풍미를 즐기며 심호흡을 몇 번 하면 맑은 정신으로 주변환경을 살펴볼 수 있다.


남가주는 해가 뜨면 눈이 아플 정도로 강도 높은 빛이 사물을 밝혀 준다. 이제 겨울이 되니 옹골지고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낙엽수 사이로 햇빛이 스며든다. 짹짹대는 성가신 제비들, 이리저지 윙윙거리며 법석떠는 벌새들, 또 아름답게 지저귀는 이름 모를 새들은 색바라지 않는 상록수 덕택에 겨울을 견뎌낼 수 있다. 제법 쌀쌀한 바깥 공기가 코는 물론 가슴도 뚫어준다. 이렇게 커피를 마시며 잠시 맡은 일을 내려놓고 보고 느끼는 바를 글로 적는 것이 나의 휴식이고 재충전의 시간이다.  


혼자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누구에게나 다 필요하다. 평상시에 인간은 좌측 뇌를 사용해 논리적으로 사무를 처리하고 결정을 내리지만, 쉴 때는 우측 뇌를 통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생각하고 재평가하며 창안도 한다. 그리고 특히 겨울이 되면 매일 효율적 업무 처리를 위해 리스트를 체크하는 사람일지라도 일의 템포를 늦추고 철학적인 생각, 즉 내가 왜 무엇을 누구를 위해 하고 있는지를 곰곰히 해본다.  


나의 경우 24년 동안 맡아온 학교 교장직에 대해 생각해본다. 교장은 권위를 사용해 남을 부리는 자리가 아니다. 적어도 미국의 경우, 특히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기독교 학교의 교장은 하루 종일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를 섬기기 위해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교장을 “소방관”이라 부를까? 그만큼 다양한 해프닝이 연속해 일어난다는 뜻이다. 체육시간에 다친 학생 치료해주기, 규칙을 어긴 학생 징계하기, 결근한 교사 대타 찾기, 다투는 학생들 교통정리 하기, 아픈 학생 집으로 돌려 보내기, 까먹고 점심없이 등교한 학생 밥 챙겨주기, 대학진학 상담하기, 교사 훈련시키기, 부모와 만나 대화하기, 학업 데이터 분석하기 등 교장과 행정진은 하루종일 불 끄기에 바쁘다. 남의 자식 수백 명을 책임지는 일이기에 집중해야 하고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그래서 금방 “밧데리”가 떨어진다.  


그렇기에 안정을 되찾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주기적으로 필요하다.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숨을 가다듬을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교장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필요하다. 8월에 시작한 가을학기의 첫 두 달은 마치 시간이 멈춘것 같아 보인다. 그러다 10월이 되면 점차 속도가 붙어 눈깜짝할 사이에 11월이 되어 추수감사절 방학을 맞이한다. 12월엔 기말고사와 연말행사로 인해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특히 학생들의 마음이 방학과 크리스마스 때문에 붕~ 떠 있고, 또 감기 독감 때문에 결석하는 학생이 부쩍 늘어나 교사는 압박감을 느낀다. 특히 초보교사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발을 동동구른다. 


이럴 때 함께 하는 교사들에게 균형을 유지하라고, 절대 서둘러서도 안되고 '케세라 세라' 될대로 되라고 방치해서도 안된다고 조언한다. 특히 서두르다가 자칫 잘못해 소중한 것을 놓칠 수 있기에 교사와 학교 행정진은 좀 더 차분히, 천천히 일을 처리해야 한다. 분주한 분위기에 휘말려들지 말고 침착히 꼭 처리해야 할 일과 차후로 미룰 일을 분리해 우선순위대로 다뤄야 한다.   


아무튼 12월엔 꼭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책도 읽고 음악도 감상하고 산책도 하길 권한다. 미친 듯이 질주해 온 2022년을 잘 마무리짓고 새해를 맞이하려면 꼭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이건 절대 사치나 낭비가 아니다. 참고로, 만약 그런 시간과 여유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에 있다면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기회를 선물로 주는 건 어떨까? 분명 검은 토끼의 해 2023에도 재충전한 사람이 더 열심히, 더 오래, 더 멀리 뛸 것이 분명하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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