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이상고온… 토네이도 40개, 6개주 덮쳤다
토네이도에 무너진 켄터키의 한 교회 앞에서 12일 오전 피해 주민들이 모여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AP
사망자 100명 넘을 듯…역대 최악
"귀 터지는 굉음, 처음 겪는 공포"
"도시 전체 성냥개비처럼 보였다"
중부 지역 동시다발 토네이도 피해 - 1단 컷
미 중부 지역에 토네이도(tornado)가 동시다발로 발생,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10일 켄터키주와 아칸소·일리노이·미주리·테네시·미시시피 등 6주에 최소 40여 개의 토네이도가 한꺼번에 나타나 94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설 우려가 크다고 뉴욕타임스·CNN 등은 전했다. 또 수십만 명이 정전과 단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네이도는 주로 날씨가 급속히 따뜻해지는 봄에 대기가 불안정해질 때 일어나는데, 이번처럼 추운 겨울에 이런 초대형 규모로 발생한 것은 드문 일이다. 미국에선 연평균 1000여 회의 토네이도가 나타나 100여 명의 사망자를 기록해왔는데, 단 하루에 1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통상 12월엔 따뜻한 공기가 없어 강력한 토네이도 발생이 드문데, 최근 중서부 지역 한랭전선과 따뜻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이런 토네이도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이번 토네이도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켄터키주다. 앤디 비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약 200마일 구간을 휩쓸고 지나간 토네이도로 켄터키에서 70명 이상이 숨진 것 같다”며 “사망자가 10여 개 카운티에 걸쳐 100명이 넘을 것 같다.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켄터키 메이필드시의 한 양초 공장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 110여 명 중 40여 명만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비번으로 집에 있었던 이 공장의 한 직원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귀가 터져나갈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 들리더니 천지가 흔들렸다. 태어나서 그렇게 공포에 떤 것은 처음”이라며 “공장 직원은 대부분 중남미에서 온 가난한 이민자들”이라고 했다.
인구 1만여 명이 사는 이 소도시는 사람이 살던 마을이라고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집과 건물, 자동차들이 파괴됐다. 188년 된 ‘메이필드 퍼스트 유나이티드 감리교회’ 등 역사 유적도 거의 붕괴됐다. 캐시 오낸 메이필드 시장은 “아침에 걸어보니 도시 전체가 마치 성냥개비(더미)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 도시는 전기와 수도가 끊겼으며 11일 밤부터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메이필드시 인근에선 한 교도소가 토네이도에 파괴돼 재소자 83명을 대피시켜야 했다. 켄터키주 전역에선 밤새 구조대원들이 소집돼 어둠과 비바람 속에서 무너진 건물에 갇힌 생존자들을 수색했고, 주방위군 180여 명도 구조작업에 투입됐다.
켄터키주 북서쪽의 일리노이주 에드워즈빌에선 아마존 물류창고가 붕괴되면서 최소 6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밤 토네이도가 덮칠 당시 이 물류창고에 직원 50여 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켄터키주 남쪽에 있는 테네시주에서도 밤새 시속 80마일이 넘는 폭풍이 몰아치며 최소 4명이 숨졌다. 미주리주에선 세인트루이스 서부를 덮친 토네이도에 84세 여성 1명이 자택에서 숨지고, 어린이 1명도 집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칸소주에선 요양시설에서 1명, 상점에서 1명 등 2명이 숨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피해 지역에 연방재난청을 통해 물자·장비·인력 등 연방 자원의 투입을 지시하고, 켄터키에 대해선 연방정부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90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토네이도 중 가장 피해 규모가 큰 것은 1925년 3월 미주리·일리노이·인디애나를 강타한 토네이도로, 당시 총 695명이 사망했다.
정시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