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LPGA 신인왕은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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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LPGA 신인왕은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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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시즌 LPGA투어 신인왕에 도전하는 홍예은(오른쪽) 프로와 아버지 홍태식씨(사진 위). 아래 사진은 친구인 정미리 프로와 한 컷. /김문호 기자


8R '지옥의 레이스' 통과로 풀시드 확보 

국가대표 출신, 드라이브샷 정확도 1위


캐디 아빠도 국가대표 출신의 유학생 

"좋은 성적으로 도움 준 분들에 보답"



‘홍예은을 아십니까?’

미 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주목하는 19세의 당찬 신인. 지난 13일 앨라배마주에서 끝난 ‘Q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해 2022년 LPGA대회 풀시드를 받은 기대주. 한국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9년  LPGA Q스쿨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최종전 진출이 무산된 천재적인 골퍼.   


Q스쿨은 4라운드로 끝나는 일반대회와 달리 총 8라운드로 치러지는 만큼 체력적인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부담이 커, 출전자들 사이에서는  ‘지옥의 레이스’로 불린다. 홍예은은 올해 대회에서 공동 12위를 마크했다. 보통 40위까지 LPGA대회 출전자격이 주어지지만 20위 안에는 들어야 안정적으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홍예은은 힘든 일정을 마친 뒤라 잠시 휴식을 취할 법도 한데, LA로 날아와 곧바로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그만큼 각오가 단단하다는 의미다. 마침 한국에서 어려서부터 골프를 같이 시작한 KLPGA의  ‘절친’ 정미리 선수도 훈련에 합류했다. 더구나, 그의 곁에는 ‘골프 멘토’가 늘 함께 하고 있다. 홍예은을 골프의 세계로 이끈, 골프 스승이자 캐디이고 친구이면서 가족인 아빠, 홍태식씨. 홍태식씨도 14살 때 한국 골프 국가대표를 했고 프로골퍼로도 활동했다. 골프만큼은 ‘과연, 그 아빠에 그 딸’인 셈이다. 


◇될 성 부른 떡잎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아버지 영향이 컸다.  골프를 잘했지만 집안 반대로 골프선수의 길을 끝까지 걷지 못한 아빠는 딸에게 꼭 골프를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이 많은 언니들보다 공을 더 멀리 똑바로 잘 치더라고요. 본인만 좋다면 선수로 키워봐도 되겠다 싶었죠.”(아빠 홍태식)


홍예은이 골프계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5살 때인 2018년이다. KLPGA SK네트웍스 2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치며 2위에 올랐다. 바람이 강한 제주도에서 열린 경기였다. 쟁쟁한 선배들도 고전한 대회에서 올린 그런 성적은 홍예은의 가능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18년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  월드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해 단체전 동메달을 땄다. 2019년 1월 호주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는 우승을 했다. ‘그에게는 이제 더 큰 무대가 필요했다.’


프로전향과 시련(나이제한· 코로나 사태)

어린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겨루기 위해 턴-프로를 하며 LPGA무대를 두드렸다. 참가자격을 얻기 위해 2019년 10월 Q스쿨에 도전했다. 2차전까지 공동 4위의 좋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나이제한으로 최종전 출전이 거부됐다. 결국, LPGA투어 출전자격을 얻기 위해 2020시즌 2부투어인 시메트라투어에 나섰다. 초반부터 플로리다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올랐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아쉽게 ‘개점휴업’.  올해는 시메트라투어가 재개됐지만 상금랭킹 16위에 머물렀다. 시메트라투어 12위까지만 다음해 LPGA투어 풀시드 출전권이 주어진다.


홍예은의 강점은 정확한 드라이브샷이다. 캐리로 240~250야드 정도를 날린다. 프로선수들의 평균비거리 수준이지만 공은 언제나 페어웨어 한복판을 지킨다. 올해 시메트라투어에서 드라이브샷 정확도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아이언 그린적중률은 6위, 스코어링 5위로 고른 실력을 갖췄다.   


캐디와의 환상호흡

캐디는 아빠, 홍태식씨다. 집안 반대로 학창시절 골프를 접었던 홍씨는 조지워싱턴대학으로 유학와서 학교대표로 활동했다. 유학 후에 한국에서 프로선수로도 잠시 뛰었지만 기량이 녹슨 뒤였다.


홍씨는 골프선수의 꿈을 접은 아쉬움에 대해 “다 지난 일입니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딸, 예은이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었던 같습니다. 다행인지, 아무튼 예은이가 골프를 좋아하고 또, 재능도 있는 것 같으니 감사할 따름이죠”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골프선수를 하며 다양한 잔디를 경험한 것은 실제 홍예은이 프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데 도움도 된다. “골프장마다 켄터키 블루그래스, 벤트그래스, 버뮤다그래스 등 다른 잔디를 심기 때문에 이를 잘 파악하는 것은 플레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유학시절  선수로 뛴 경험이 보탬이 되는 셈이죠.”


아버지와 부딪히는 ‘지점’도 있다. 중요한 버디상황에서 퍼팅라인에 대한 이해가 조금 다르거나, 필드 공략법이 다를 때다. 그럴 때마다 최종선택은 홍예은의 몫이다. “아빠의 조언을 존중하지만, 플레이는 선수가 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결과가 좋을 때는 문제가 안된다. 그럼 나쁠 때는? 아빠 홍씨는 이렇게 말한다. “어쩔 수 없지요. 그런 과정도 성장에 꼭 필요한 것이니까요.”


홍예은은 “아빠와의 문제는 언제든 자연스럽게 풀리게 놔두는 편이예요. 전적으로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같은 느낌이 많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랑으로 감싸주는 가족이라는 얘기다.


쾌활·소탈한 간식 먹보

“사실 올해 Q스쿨까지는 출전하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지난 9월 시메트라투어 때다. 홍예은은 우승찬스가 있었다. 16번홀까지만 해도 2위에 2타차로 앞서 있었다. “당연히 우승하는 줄 알았어요.   마지막 두 홀을 파, 버디로 끝내고 나왔어요. 잘 했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다른 조에서 뛴 2 위 선수가 버디, 이글로 마무리를 한 거였어요. 어찌나 황당했던지요….”


그 대회만 우승했어도 홍예은은 상금랭킹 10위권에 들며, 지옥의 레이스를 다시 펼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날 저녁 아빠가 모는 차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에 홍예은은 훌훌 털어버렸다. “정말 아쉬웠지만, 숙소에 와서는 홈런볼, 마이구미, 에너지바 등 좋아하는 거 많이 먹었어요. 넷플릭스 영화도 한편 보고 쿨쿨 잠도 잘 잤어요.”(하하)


홍예은 자신의 성격을 한마디로 ‘쾌활’이라고 말한다. “아쉽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대회는 다음에도 열리는 걸요. 대신, 취미인 요리도 하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잠 잘자면 또 쉽게 회복이 돼요.” 


2022년은 신인왕

“새해 목표요?” “당연히 신인왕이죠!”

홍예은은 이번 겨울을 스폰서인 PGA웨스트 골프장에서 보낼 예정이다. 테드 오 스윙코치, 친구인 정미리 프로와 샷감을 다듬고 숏게임, 퍼팅에 주력할 계획이다. 저녁에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다져, 내년에 전경기 출전을 통해 좋은 성적을 낼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미국에서 뛰는데 영어공부는 좀 했을까 ’싶어 물었다.

 

“걱정마세요. 정말 우승을 하느냐가 문제이지, 언제든 우승 인터뷰만큼은 멋지게 해낼 수준은 된답니다.”


홍예은은 “운이 좋아,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곳들도 여러 곳 있다.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한 분들인데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 겨울 한국에 안 가고 미국에 남아 열심히 훈련하는 것이고요"라고 말했다. 홍예은 CJ, 넥센타이어, WAAC, 캘러웨이, PGA웨스트, CJ온스타일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아빠 홍씨는 “예은이가 아직 어린 나이지만 아침에 한 번도 늦잠 자는 일이 없습니다. 정해진 시간이면 언제나 운동할 준비가 돼 있기도 하고요. 골프 천재성보다는 그런 성실함이 있기에 분명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인왕, 그리고 세계 1위와 골프 명예의 전당 입성’을 꿈꾸는 홍예은의 골프인생이 활짝 열리길 응원한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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