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는 하마?’ 골프장을 어이할꼬
절수 대책에 부심하는 남가주에 골프장 잔디 문제가 논란의 화두로 등장했다. 사진은 지난 4월 LPGA 대회가 열렸던 LA 윌셔컨트리클럽의 모습, 기사 내 언급된 내용과는 관계없다. AP
비판론 “집 앞 잔디는 누렇게 죽는데, 페어웨이는 저 푸른 초원”
옹호론 “주민 여가용, 재활용수 활용, 버뮤다 잔디 등 자구 노력”
절수 조치 놓고 난감한 당국과 업계 - 컷
연간 약 26억 갤런. 도시 전체가 사용하는 물의 1% 가량을 오로지 자연 경관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하는 곳이 있다. ‘물 먹는 하마’로 불리는 골프장이다. 이곳의 절수 대책이 남가주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LA타임스는 13일 ‘골프장 잔디도 갈색으로 바뀔까’라는 기사를 통해 관련 업계와 동호인들은 물론 가뭄으로 인한 절수 정책에 부심하는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LA수도전력국(DWP) 관할 구역의 골프코스는 3~4홀짜리 소규모를 포함해 모두 37개다. 이 중 20개가 프라이빗 코스로 운영되고, 17개는 퍼블릭 코스다. 여기서 연간 (하수 처리된) 재활용물 3000에이커피트, 음용수 5000에이커피트가 사용된다. 에이커피트는 액체 부피를 측정하는 단위다. 이를 갤런으로 환산하면 약 9억7700만 갤런의 재활용물과 16억 갤런의 음용수가 골프장에 들어가는 셈이다. 합해서 약 26억 갤런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음용수, 즉 상수원 등을 이용해 물을 공급하는 경우다. 현재 운영중인 37개 코스 중 26개가 음용수를 이용해 잔디를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쓰이는 물이 도시 전체 사용량의 1% 정도를 차지한다.
반대론자들은 “내 집 앞 잔디는 급수 제한으로 누렇게 죽어가고 있는데, 일부 계층이 즐기는 골프장은 초록색으로 물든 모습을 보면 기분이 언짢을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강경론자들은 청원 사이트를 만들어 ‘캘리포니아에서 골프장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에 서명을 유도하고 있다.
일부 환경론자들은 “이상 기후는 점점 더 우리 커뮤니티를 괴롭힐 것이다. 이미 여러가지 재앙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심각한 상황에 물 소비가 엄청난 많은 골프장이 계속 성업 중인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DWP측은 사안별로 구별해서 검토할 부분이라고 선을 긋는다. 이곳의 딜런 콴 수자원 부국장은 “검토 중인 물 사용 제한 사항은 상수원 등 음용수를 사용하는 곳으로 제한된다. 재활용수로 조경을 관리하는 곳은 조치가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몇몇 코스는 이미 자체적으로 절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테면 타자나의 엘 카바레로 컨트리클럽 같은 곳이다. 600명의 회원으로 운영되는 이곳의 필 로페스 매니저는 “우리는 9개월간 문을 닫고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벌였다. 수십년 된 잔디를 모두 걷어내고 가뭄에 강한 버뮤다 품종으로 교체했다”며 “92에이커 공간을 조경 작업해 물 사용량을 20~25% 정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국은 골프 코스가 일부 계층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거리를 뒀다. 18홀을 즐기는 비용으로 주중 30~40달러, 주말 50~60달러로 충분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시나 카운티 정부는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며 골프장에 대한 절수 대책을 강구 중이다. 업계 또한 비판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당국에서 내릴 지침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LA시는 이미 지난 1일부터 가정용수에 대한 비상 절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야외 물주기를 일주일에 2회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조치였다. 인근 남가주 내 일부 도시는 이를 주 1회로 줄인 곳도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물사용량이 오히려 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당국이 특단의 강제 절수령을 강구한다는 보도도 나오는 실정이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