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기적 - 아이티 납치 선교단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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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기적 - 아이티 납치 선교단 탈출기

웹마스터

납치 기간 모여서 예배시간에 찬송하는 장면이다. 5명은 앞서 석방됐고, 남겨진 12명이 탈출을 감행했다. /선교단체 CAM 제공





아이들 품에 안고… 10마일 밤길 가시덤불 헤치며 

한밤중 목숨 건 작전에 해안경비대 병력도 출동

12명 무사히 귀환…먼저 석방된 5명과 감격 재회



꽤 여러 날이다. 간절한 기도가 계속됐다. 응답은 쉽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조금 더 기다려라.’ (아마 실행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던 듯) 두 차례나 멈춰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D데이가 정해졌다. 지난 주 수요일(15일)이다. 일행은 운동화 끈을 조였다. 숨겨뒀던 물병을 옷 속에 꽁꽁 숨겼다. 10개월 젖먹이, 3살 아이는 가슴에 꼭 안았다. 혹시라도 울음소리가 샐까. 곤히 잘 시간을 택했다.


급기야. 은밀한 작전이 시작됐다. 치밀한 관찰과 구상이 결행된다. 몰래 작업한 탈출구로 은밀하게 빠져나간다. 뱀의 눈길 같은 수많은 감시를 피해야 했다. 저 멀리 뿌연 산이 보인다. 그곳이 이정표다. 우거진 찔레나무와 가시덤불에 쓸리고, 찔리고, 베었다. 그래도 달과 별빛의 인도를 따랐다.


북쪽으로, 북쪽으로. 그렇게 10마일이다.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렸다. 마침내 인가에 이르렀다. “살려주세요.” 구조 요청이 이뤄졌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다. 성조기가 그려진 비행기가 도착했다. 두어 시간 후. 플로리다 해안경비대에 안착했다. 그곳에 노심초사하는 일행이 있다. 먼저 석방된 5명이다. 이날 탈출에 성공한 12명이 그들과 얼싸안는다. 납치됐던 선교단의 극적인 탈출 과정이다.


아이티에서 갱단에 납치됐다 두 달 만에 자유의 몸이 된 선교단은 갱단에 의해 풀려난 것이 아니라 한밤중에 탈출한 것이었다고 피랍자들이 속한 선교단체가 밝혔다.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소재 기독교 선교단체 CAM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랍자 17명 중 마지막까지 남은 12명이 지난 15일 밤 탈출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CAM은 피랍자들이 모두 건강한 상태라며, 미국서 재회한 사진과 영상도 공개했다.


미국인 16명, 캐나다인 1명으로 이뤄진 이들은 지난 10월 16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 크루아데부케의 보육원을 방문하고 오던 길에 납치됐다. 피랍자 중엔 미성년자 5명도 포함됐다. 아이티 당국은 '400 마우조'라는 갱단의 범행으로, 이들이 몸값으로 1인당 100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납치 한 달을 넘긴 지난달 21일 인질 중 2명의 석방 소식이 처음 전해졌고, 이달 초 3명이 추가로 풀려났다. 이어 CAM은 지난 16일 남은 12명도 모두 안전하게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엔 자세한 귀환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CAM은 납치 후 두 달간 이들이 여러 장소에 갇혀 있었으며, 납치범이 신체적으로 해를 가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성인에겐 밥과 콩 등 소량의 음식을 줬으며 아이들에겐 적당한 음식이 제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CAM은 몸값을 치를 만한 돈이 모금된 덕에 협상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으나 몸값이 지급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탈출한 그룹에는 부부, 10개월 아기, 3세 어린이, 14세 소녀, 15세 소년, 성인으로는 남자 4명과 여자 2명이 포함됐다. 공교롭게도 성경 속 제자와 같은 12명이었다. 크리스마스 열흘 전의 일이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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