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아파트 바로 옆에서...또 폐건물 화재
24일 새벽 타운내 버몬트 길에 위치한 빈 상업용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근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 우미정 기자
줄 잇는 사건사고 - 잠 못드는 LA한인타운 (상)
어제 새벽 7가와 버몬트 빈 건물서 불길 치솟아
인근 주민들 "노숙자 다수 머물러…연관성" 추정
"딱하지만 안전·영업 위협, 정치적 해결책 시급"
전문 - 창궐하는 전염병에 가뜩이나 심란한 LA한인타운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살인, 강도 같은 강력 사건과 교통사고 등 우울한 뉴스가 도배된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 홈리스, 노숙자다. 을씨년스러운 타운의 겨울을 취재했다.
최근 한인타운의 폐건물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8일 사우스 맨해튼 플레이스에 위치한 2층짜리 빈집에서 불이 난데 이어, 24일 비어 있던 상업용 건물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LA소방국(LAFD)에 따르면 24일 새벽 5시 2분께 736블록 사우스 버몬트 애비뉴의 상업용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35명의 소방관이 투입됐으며, 29분만에 불길을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건물 뒤편 몇 피트 거리에 4층짜리 아파트에 대피령이 내려져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다행히 소방관들이 서둘러 진화 작업을 펼친 끝에 불길은 번지지 않았다. 바로 옆에도 주유소가 있어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뻔한 위기도 넘겼다. 문제의 건물은 이전에 한방 병원과 한인 치과 병원이 있던 곳이다.
뒤편 아파트에 25년째 살고 있다는 에마 로페즈(Emma Lopez·30)는 “빈 건물에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 등 노숙자들이 8~10명씩 무단 거주하고 있었다”며 “몇몇 주민들은 이번 화재가 노숙자와 관련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최근 강풍과 추워진 날씨 탓에 불을 지피다가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추정이다.
화재 건물 인근에는 한인 업소들이 즐비하다. 상당수의 업주들이 노숙자들의 돌발 행동으로 영업에 피해를 봤거나, 일상의 불안함이 가중됐다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7가 코리안 비비큐(7th Korean BBQ) 식당의 김명아 사장은 “하루에도 노숙자들이 수십 번 다녀 간다”며 “영업 중 입구에 서있거나 잠을 자는 노숙자들로 인해 단골 손님도 되돌아 갈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업소 가까운 곳에 있는 노숙자 텐트를 옮겨달라고 올림픽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관할 밖'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속수무책”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마포 설렁탕(Mapo Korean Soup House)의 더글라스 이 사장은 “노숙자들이 와서 배고프다고 하면 밥을 주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며 “최근 눈에 띄게 숫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열쇠점(Lim’s Locksmith) 주태영 사장도 “노숙자들이 상가 내에 들어와 소리를 지르는 등 행패를 부리는 경우가 잦아 항상 긴장하고 있다”며 “주변에서 배회하고 있는 노숙자들은 상당수다. 어찌할 방법이 있겠냐”고 걱정했다.
업주들은 "(홈리스) 사정은 딱하지만 안전을 위협받고, 영업에 지장이 있는 건 엄연한 현실"이라며 "인도적인 접근과는 별개로 공권력을 강화하는 등 정치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타운에서는 지난 해 11월에도 1년 이상 비어있던 노래방 자리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 100여 명이 출동해 진화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이번 화재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우미정 기자